84세가 될 때까지 이름을 잘못 알았던 학생

84세가 될 때까지 이름을 잘못 알았던 학생 마을_한글_학교 이상자 기자

나는 늦어도 수업 시간 15분 전 마을 학교에 도착한다. 내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반장님은 "차려, 선생님께 인사" 한다. 숨 돌릴 새도 없다. 겉옷 벗고 출석부와 교과서 꺼내고 인사하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다. 더 일찍 가도 인사부터 하신다. 그래서 인사하면 바로 수업을 시작한다. 먼저 숙제 검사 해 온 것을 칠판에 자석으로 붙인다. 이것이 학생들이 제일 기다리는 매 수업의 하이라이트다.

교과서 쓰기는 한 번 쓰는 것으로 했지만 열 번 쓰고 싶은 학생은 열 번, 본인이 쓸 수 있을 만큼이 숙제다. 아프거나 일이 있으면 숙제는 안 해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대신 여러 번 쓰는 학생에게 노트 제공은 얼마든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도안의 그림인데 이렇게 표현이 다르다. 사람의 생김새도 다르듯 생각도 표현도 이렇게 다르다. 답 글을 읽었다. 길게 쓰고 싶어도 쓸 자리가 없다. A4 용지에 그림 도안을 넣고 줄을 4줄 정도 만들다 보니 더 쓰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못 쓴다. 글씨를 쓰고, 읽고, 색칠을 하고, 마을 회관까지 걸어오면 운동 되니 건강에 좋을 터이다. 그래서 결석 하지 않도록 격려 차원에 칭찬을 찾아 하는 것이다. 요즘은 결석도 안 하신다. 꼬박꼬박 숙제를 해 오신다. 치매가 좋아진 것 같다. 기억을 되살려 산토끼 노래를 이만큼 적을 수 있으니 오늘은 두 배로 칭찬을 했다.다른 학생 모르게 이 학생 뒤로 가서 등을 쓰담쓰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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