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대한민국 뉴스 뉴스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72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2%
  • Publisher: 51%

환경기초시설 내 소각장에서 일하는 허윤길씨(41)의 작업용 재킷에는 그가 8년 전 일했던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다. 그는 이 재킷 안에 현 회사에서 받은 기능성 소재의 긴팔 셔츠를 입는다. 그는 13년 중 8년을 이렇게 예전 회사와 현 회사의 옷을 섞어 입으며 일했다.

“뭐 입고 일하냐고요? 글쎄….” 사람들에게 ‘작업복’에 대해 물었을 때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모두 할 말이 많았다. 누군가는 새 작업복을 받고도 예전 회사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 누군가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을 직접 고쳐 입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작업복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엔 불편하고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 5회로 구성된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 첫 회는 지하에서 일하는 이들의 작업복 이야기다. 하수와 재활용품,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경기 하남시와 서울 강남구·구로구의 지하에서 ‘애매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다. 생활폐기물 소각 노동자 허윤길씨가 작업복을 입고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에는 모두 밝은 핀 조명이 켜져 있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모습은 배경에서 뚝 떨어져 나온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사진의 배경이 된 일터와 그 안에서 기능적으로 부족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을 분리해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명을 앵글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어색한 모습은 ‘어떤 작업복이 좋은 작업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수거된 생활 폐기물에는 항상 불에 잘 안 타는 것들이 섞여 있다. 옷걸이, 만두찜기, 키보드 같은 다양한 물건들은 1000도 안팎의 불에도 타거나 녹지 않고 재가 이동하는 관을 수시로 막는다. 이 경우 사람이 뚫어줘야 한다. “안에 별게 다 들어가 있어요. 막혀서 열어 보면 철제 의자 같은 게 딱 들어 있다니까요.” 제어실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이상이 감지되면 호퍼나 슈트의 문을 열고 쇠꼬챙이 같은 도구로 잿더미 속을 헤집는다. 이때 불티가 튄다. 현 회사에서 지급한 작업용 재킷의 소재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이다. 이런 화학섬유는 불이 붙으면 확 타오르는 대신 그대로 녹아서 떨어진다. 녹은 섬유가 피부에 달라붙으면 심각한 2차 화상으로 이어진다.

SRF 작업은 떡집에서 가래떡을 뽑는 일과 비슷하다. 대량의 비닐을 SRF 추출 기계에 투입하면 그 안에서 비닐이 녹는다. 녹은 ‘비닐 떡’이 동그란 관을 통해 나오면 자동 회전하는 칼날이 잘라 컨베이어 벨트 위로 떨어뜨린다. 강씨의 일은 제각각의 크기로 토막난 고체연료들을 손으로 집어 적당한 크기로 부러뜨리고, 너무 타거나 불순물이 섞인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고체연료를 이리저리 옮기는 강씨의 손에는 반코팅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반코팅 장갑은 일반 면장갑의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이 라텍스로 코팅된 것이다. “저 온도가 한 170도 정도 돼요.” 강씨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가 말했다. 기계가 ‘펑’ 소리를 내며 고체연료들을 떨어뜨릴 때마다 뜨거운 김이 안개처럼 올라왔다.

선별원이 입는 옷은 건설노동자와 학교급식 조리사의 작업복을 합쳐놓은 것 같다. 안전모와 안전화는 건설현장의 것 같고, 팔토시와 비닐앞치마는 조리실의 것 같다. 부딪히고 찔릴 위험이 많은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것과 물기가 많은 조리실에서 필요한 것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필요하다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완전 무장’을 한 것 같은데, 보이는 것만큼 이들을 잘 보호해주고 있을까.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kyunghyang /  🏆 14.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똥물’ 처리한다고 옷도 ‘똥색’?…“우리도 밝은 옷 입고 싶어요”[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똥물’ 처리한다고 옷도 ‘똥색’?…“우리도 밝은 옷 입고 싶어요”[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작업복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실은 조금 복잡했다. 어떤 작업복은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실 해임취소소송 심성보 이병한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참전 용사 셔터에 담긴 70여 년 전 한국의 모습참전 용사 셔터에 담긴 70여 년 전 한국의 모습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들과 참전용사들의 생활상이 담긴 컬러 사진 수십여 점이 파리에서 공개됐습니다. 당시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 군인이 직접 촬영한 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노동당 정치국으로 돌아온 김영철, 대남업무 다시 맡나 | 연합뉴스노동당 정치국으로 돌아온 김영철, 대남업무 다시 맡나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2018년과 2019년 북미협상과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남쪽에도 익숙한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잘했다, 대구경찰'... 시민 보호는 성소수자도 예외 아냐'잘했다, 대구경찰'... 시민 보호는 성소수자도 예외 아냐'잘했다, 대구경찰'... 시민 보호는 성소수자도 예외 아냐 대구퀴어축제 대구경찰 공무원 성소수자 이영일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지금도 베이겠는데?…3000년 전 청동검의 놀라운 상태지금도 베이겠는데?…3000년 전 청동검의 놀라운 상태독일에서 3000년 전 무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검이 발굴됐습니다. 청동기 시대 중기인 기원전 14세기 말 유물로 보이지만, 칼날과 손잡이 부분이 광택이 돌 정도로 잘 보존돼있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3-24 19:5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