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 다녔고, 동료들이 원망스럽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현장에 출동했다가 흉기에 목을 찔려 다친 경찰관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동료들 도움 없이 근무한 내용을 공개해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17일 부산경찰청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5시쯤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관할 지구대 30대 A경위 등 2명이 출동했다. 이들은 소음이 발생한 집을 찾아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는데, 집 안에서 B씨가 욕을 하면서 흉기를 들고 나와 위협을 가했다. 실랑이 도중 B씨는 갑자기 경찰관 2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A경위는 턱 부위를 찔렸다. 다른 경찰관은 복부를 흉기에 찔렸지만 다행히 방검복을 입고 있어 부상을 피했다. 부상을 당한 A경위는 피를 흘리면서도 동료와 함께 B씨를 검거한 뒤 치료를 받으로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성형외과 치료를 받아야 흉터가 덜 남는다는 말을 듣고 상처 부위를 붕대로 감고 지구대로 돌아왔다.
출혈 탓에 A경위는 어지러움을 느꼈고, 지구대 의자에 잠시 누워 있다가 일어났는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었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는 동료가 없어 A경위는 직접 사건 관련 내용과 압수 조서를 작성해 사건을 마무리한 뒤 퇴근했다. 이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A경위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신고 접수 1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함께 출동했던 동료 경찰은 사건 당시 트라우마로 현재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A경위는 자신이 올린 글에서 “수술을 받으면서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죽을 뻔했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 다녔고, 동료들이 원망스럽다. 딸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 간 것이 너무 짜증난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했다.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0 0 공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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