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경제학과에서 ‘경제발전론’은 왜 사라졌을까

대학에서 경제발전론 강좌가 실종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학계 내 ‘주류’들의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후진국의 문제’를 다루는 경제발전론을 대학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김정주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초빙교수)

구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흐름일 뿐이다. 경제발전론 강좌가 실종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학계 내 ‘주류’들의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1960년대엔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로 아프리카 가나보다도 가난한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에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저개발과 저발전이라는 ‘후진국의 문제’를 다루는 경제발전론을 대학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경제학과의 필수 교과목으로 여겨지던 경제발전론은 커리큘럼에서 시나브로 사라지고, 선진국형 업종인 금융산업에 안성맞춤의 고급 인력을 양성·공급한다는 금융공학 관련 과목들이 유행처럼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의 역사에서 경제발전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미 선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발전한 연구 분야였다.

‘ 경제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구조, 대중의 태도, 그리고 국가 제도상의 주요한 변화 등을 통해 인간적인 삶이 가능해지도록 사회 전체가 보다 바람직한 상태를 향해 지속적으로 고양되어가는 과정이다.’ 즉, 경제의 발전은 경제성장의 문제를 뛰어넘어 훨씬 고차원적이고 다차원적인 사회구조적 개혁을 포괄하는 문제인 셈이다. 또한 토다로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발전의 문제가 반드시 절대적인 경제 빈곤 상태에 있는 현재의 후진국과 저개발국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양적 성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끊임없이 더욱 바람직한 상태를 찾아내고 지향해가야 한다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지금의 한국이나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사회 또한 여전히 ‘저발전된’ 사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세종 치세하에서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하더라도 조선 사회는 21세기 우리의 관점에선 결코 이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전히 저발전된 사회일 뿐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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