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미국의 47대 대선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귀결되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듯,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대외 정책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2기 정부의 대외 정책에는 몇 가지
변수가 추가된다. 1기와는 달리, 트럼프는 일단 두 개의 전쟁을 취임하자마자 마주하게 된다. 또한 지난 1기와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급성장한 중국의 산업,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전기차 같은 첨단 제조업의 강력한 확장세도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취할 주요 전략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으나, 결국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정책은 주요 경쟁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뿐만 아니라, 대미 흑자 폭이 큰 한국, 대만,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게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세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 혹은 동맹국의 위치에 있지만,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지며 따라서 바이든 정부와는 차별화된 불확실성을 낳는다. 이러한 정책과 불확실성 속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요 산업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칩스법 연장은 미 상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가 언급한 제2의 칩스법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는 인텔 같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현재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마이크론이나 글로벌 파운드리 같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들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가능성이 커진다. 즉, 5년 이내의 단발성 지원책은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제조 내재화라는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판단할 수 있고, 특히 첨단 무기용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시스템반도체 확보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므로, 미국 업체들을 타깃으로 하는 칩스법 2가 시행될 수 있다.문제는 이러한 미국산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해준 인텔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1기 내각에서 미 무역대표부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다시 대외경제정책 담당으로 복귀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상정, 고관세율 적용을 넘어, 이른바 전략적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 정책 기조는 특히 중국에 반도체 팹이 있는 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현지 팹에서 생산된 제품이 중국산 반도체로 분류되어 미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되거나 고관세율 품목으로 지정되는 정책이 구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중국 난징에서 파운드리 팹을 2곳 운영하는 대만의 TSMC, 중국 시안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팹을 2곳 운영하는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우시에서 디램 메모리반도체 팹을 2곳, 중국 다렌에서 낸드 플래시 팹을 1곳, 중국 상하이에서 패키징 팹을 1곳 운영하는 한국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 대부분은 대만 현지에 팹을 건설하거나 운영하기 때문에, 점차 고조되는 양안의 긴장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불안 요소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대만에 의존하는 현재의 첨단 반도체 제조 밸류 체인이 국가 안보 위해 요소라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는 대만의 반도체 생산 업체들에 위험 분산 차원에서 미국 혹은 미국 동맹국으로의 팹 신설, 확장, 혹은 이전 등을 더욱 거세게 요구하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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