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꽃'이 오르간으로…올리비에 라트리의 압도적인 즉흥연주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트리의 리사이틀은 2017년 내한 공연 때 애국가를 주제로 대단한 즉흥연주를 선보였던 기억이 생생해서인지 어떤 즉흥 연주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았다.이날 공연에서 라트리는 연주와 더불어 간략한 강연도 곁들였다. 교회음악의 일부로서 오르간 음악이 익숙한 서양과는 달리 아직 우리 관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음을 배려한 것이다. 우리말로 인사를 건넨 라트리의 설명은 현학적이거나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만큼 유머와 위트가 넘쳤다. 특히 리스트와 생상스, 프랑크와 비도르 등 작곡가들의 관계와 재미난 일화로 오르간을 처음 듣는 관객들의 마음을 열었다.1부에는 잘 알려진 피아노 및 관현악 명곡의 오르간 편곡을 연주했다.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은 클래식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생상스의 유명한 작품인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 '새장', '백조'도 연달아 연주됐다. 관객들은 익숙하고 따라가기 쉬운 작품을 새로운 음향으로 들으면서 오르간이라는 악기 자체의 매력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수족관'은 관객들이 수조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객을 담은 수조를 바다 한가운데 떨어뜨린 것처럼 깊고 거대한 호흡과 충만한 음악적 양감을 들려줬다.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새로이 들려준 '새장'이나 부드러운 첼로 대신 금관악기를 연상시키는 '백조' 또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프랑스 낭만주의의 대작곡가이자 오르간의 명수였던 세자르 생상스의 '영웅적 소품'이었다. 오르간을 위해 작곡된 작품으로 라트리는 곡을 탄탄하게 해석했다. 곡의 중심 얼개인 순환적 형식이 잘 재현되면서도 영웅의 당당한 이미지, 점진적으로 고양되어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과정이 탁월하게 연출됐다. 특히 세부의 작은 움직임과 더 큰 호흡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화성이 모두 선명하게 귀에 포착되도록 연주하는 라트리의 음향적 균형감각이 놀라웠다.2부는 샤를 마리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5번, 단 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샤를 마리 위도르는 유명한 바흐 해석자이자 아프리카 의료 봉사로 더 이름을 알린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스승으로 오르간 교향곡 분야의 개척자다. 통상 5악장으로 구성되는 오르간 교향곡은 마치 오르간으로 관현악을 재현하여 교향곡처럼 악상을 펼치는 장르다.
행진곡풍 주제가 장엄하게 변주되는 1악장, 다양한 목관의 음색 대비가 인상적인 2악장, 장조, 단조 화성이 리드미컬한 가운데 부분에서 현란하게 겹치는 3악장, 정적이고 명상적인 4악장 등 모든 악장이 더없이 개성 있게 표현됐다. 가장 유명한 5악장 토카타는 동형 리듬이 지칠 줄 모르고 반복되는 무궁동 스타일의 악장이다. 라트리는 페달과 저음부에서 단단하고 구조적으로 주제를 재현하고, 밀물과 썰물처럼 고조와 후퇴를 반복하는 전곡의 셈여림도 세심하게 표현하며 열광적인 클라이맥스에 다가가는 점진적 과정을 훌륭하게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즉흥 연주에서 라트리는 '어머님 은혜'와 블랙핑크 지수의 '꽃'을 주제로 선택했다.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를 하나로 이어주려 한 것일까. 익숙한 선율이 다채롭게, 신비롭게, 화려하게 변형되며 처음 듣는 새로운 음향으로 융합됐다. 오르간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새로움을 잇는 악기란 점을 상기시켰다. 라트리는 오르간의 매력을 알려줬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음악을 만나는 설렘 그 자체를 일깨워 줬다. 유머, 따뜻함, 새로움. 이것이 음악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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