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퍼퓸을 통해 처음 접한 제이팝의 충격적인 음악 세계와 그 이후 한국에서의 제이팝 문화의 발전과 변화를 다룬 글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처음 음악에 빠지게 한 그 가수의 이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퍼퓸이 나를 처음 제이팝 에 빠지게 했다. 2000년대의 한국은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불모지였고, 그때 '옆 나라 일본에 아주 기가 막힌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하는 애들이 나왔다'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퍼퓸의 음악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일본 음악 에 대한, 또 아이돌 음악 에 대한 모든 편견을 버리기로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제이팝 은 소수의 마니아만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였다. 제이팝 을 즐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렵고 번거로웠다. 한국 유튜브에서 일본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려고 하면 '지역 록(lock)'에 걸려 재생이 차단되는 일이 매우 일반적이었다. 멜론 등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제이팝 은 잘 수록되지 않았다.
케이팝 가수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컨' 영상을 올리고 해외 팬들을 위해 다국어 자막까지 제공하지만, 제이팝 업계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제이팝을 즐기는 것은 매우 강한 인내심과 의지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갈라파고스와도 같던 일본 시장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AKB48 등의 유명 걸그룹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엠넷을 통해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을 론칭하고, 쟈니즈 역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엄격하던 초상권 방침을 해금하는 등 온라인·글로벌 시대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제이팝 업계의 성장에 유리한 상황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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