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화마로 가족을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 펠릭스 산타(55)에게도 추석 명절은 ‘남 이야기’다. 펠릭스 산타는 이번 추석엔 막내딸 앤젤과 함께 선부성당에 갈 계획이다. 펠릭스 산타는 '올해 안에 아이들의 유해를 고국으로 데려가 나이지리아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꼭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박엘레아노라는 이국에서 나홀로 두 아이를 돌본다.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한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피난왔다. 그는 지난 7월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고려인 너머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반찬가게를 하며 세 자녀를 키우던 그의 삶은 지난해 2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일어나면서 급변했다. 피난민으로 가득한 기차에 몸을 싣고 가까스로 국경을 넘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폴란드와 체코를 전전하며 피난민 생활을 이어갔다. 임신 중이던 첫째 딸은 피난이 길어지면서 “벙커에서 살더라도 돌아가겠다”며 다시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지난해 7월 ‘고려인 너머’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던 이유다. 매일 밤 그는 “고향에서 가족들과 다 같이 모이는 날이 곧 온다”며 아이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자녀 넷 잃고 후유증 겪는 아빠 나이지리아인 펠릭스 산타는 지난 22일 경기도 안산시 선부역 부근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폐차수출 일을 하는 그는 지난 3월 화재로 자녀 넷을 잃었다. 손성배 기자 화재 6개월이 지나고 양발과 오른쪽 팔에 입었던 상처는 아물었지만, 그날의 악몽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지난 22일 지하철 서해선 선부역 부근에서 만난 펠릭스 산타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이 계속 생각난다. 탁 트여 있는 곳에 오지 않으면 답답해 견딜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펠릭스 산타는 이번 추석엔 막내딸 앤젤과 함께 선부성당에 갈 계획이다. 막내딸이 세상을 떠난 언니·오빠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진 추석 때마다 나이지리아 출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했지만, 올해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게 그의 뜻이다. 펠릭스 산타는 “올해 안에 아이들의 유해를 고국으로 데려가 나이지리아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꼭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안 남아서 좌절했는데 안산시와 경찰, 검찰, 그리고 많은 교회가 우리 가족을 도와줬다. 언젠가 꼭 보답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Q&A] ‘추석 연휴 아프다면’···문 여는 병원·약국 어떻게 찾을까올해 추석은 3년만에 코로나19의 제약 없이 맞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젠 삼시세끼 내 밥상은 내가 차립니다시골 사는 이야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취업 면접에서 '애인 있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습니다[기획] 안산청년네트워크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 첫 시간, '여성 청년'의 이야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학부모들, 학교를 보육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희망마이크-"할 말 있소" 교육 편④] 초등학교 딸을 둔 학부모 이원진씨의 이야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가결파' 의원들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이미지 해방돼'[이슈] 이재명 영장 기각에 같은 듯 다른 분석 내놓은 비명계 '가결파' 4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추석 연휴' 서울역 찾은 교사들... '힘내세요' 응원[현장] 27일부터 하루 10시간씩 서울역에서 1인 릴레이 시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