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확인하고,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를 받았다. 받은 배지는 고리 형식으로 되어 있었기에 처음에는 이걸 어디다가 걸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 출산을 해서 임신을 경험한 친구가 가방에다 걸면 된다고 하여 가방에 걸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이것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정말 양보를 받을 수 있을까?'...
임신을 확인하고,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를 받았다. 받은 배지는 고리 형식으로 되어 있었기에 처음에는 이걸 어디다가 걸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얼마 전 출산을 해서 임신을 경험한 친구가 가방에다 걸면 된다고 하여 가방에 걸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이것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정말 양보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의 경우, 감사하게도 임신하고 입덧이나 다른 합병증이 없었던 터라, 32-33주까지는 무난하게 참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34주가 지나며 속도 쓰리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숨이 차기도 하고, 배뭉침도 느껴져서 오래 서 있고 걷는 게 부담이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더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다가 잡은 약속, 경춘선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청량리로 가는 일정이었다.첫 번째, 춘천에서 내려오는 경춘선은 내가 탔을 때 이미 만차였다. 임산부 좌석도 차 있었다. 때 마침 임산부를 배려하자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에는 아저씨가 휴대전화를 하고 계셨다. 내가 조금 몸이 무거워졌다고 한들 그 앞에 가서 관심을 받고자 헛기침을 할 수도 없고, '저기요' 하고 배지를 흔들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그 옆으로 가서 서 있었다.
두 번째, 나는 이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만차였는데, 앉아계셨던 어머님이 나의 배지를 발견하고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임신을 했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비켜드려야 하는 입장에 있다가 내가 배려를 받으니,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 다음역에서 어떤 승객분이 내리면서 그 자리에 어르신이 착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옆에는 어머님의 남편분이 타고 계셨는데, 이런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내릴 때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를 드렸고 어머님이 방긋 웃으셔서 기분 좋게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다.가는 길, 거의 만차였지만 핑크카펫이 비어 있었다. 사실 핑크카펫 자리가 있는 끝 좌석은 기대서 잠을 자기도, 휴대전화를 하기에도 편한 좌석이라 가장 먼저 앉고 싶은 좌석인데 그 자리가 비어 있으니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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