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그가 풀려났을 때였다. 그는 운명의 가호를 입은 듯 보였다. 어쩌다 한두 번의 운은 행운의 영역이지만 거듭 반복되면 운명이 된다. 그는 일일이 헤아리기도 벅찬 사법리스크와 스캔들을 안고 정치 인생을 살아왔는데 마치 곡
예 경주를 하듯 매번 장애물들을 뛰어넘거나 우회해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경기도지사가 되고 제1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대선 패배 충격에 아랑곳없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민주당의 당권을 거머쥐고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재명 대표의 무한 질주가 신이 그의 ‘빽’인 덕분인지야 알 수가 없다. 보다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총선 때 이 대표가 ‘비명’ 박용진 의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최소 3번의 무리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박 의원은 특히 심한 케이스이고 ‘친문’ 현역들을 자를 때 마다 칼을 쥔 이 대표의 손목에는 무리가 갔을 것이다. 이 대표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때는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타던 때로 무려 180석 어쩌고 할 때였다. 이낙연당이 쪼개져 나갔다. 그런 위기 국면에서 내부 소란을 무릅쓰고 마음에 안 드는 현역들을 뎅겅뎅겅 자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재명은 ‘선 내부정리, 후 반격’ 전략을 고수했고 그것이 통했다. 지나고 나면 다 필연같지만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는 필연은 없는 법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면서 동시에 의지의 기술이기도 하다. 이재명은 운이 좋은 정치인이지만 그 운에 이르기 위한 동력으로서의 의지가 탁월한 정치인이다.
질병 치료차 휴가를 낸 이 대표가 11일 새벽 페이스북에 ‘라인 압박 총무상...알고보니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라는 제목의 MBC 보도를 인용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라는 코멘트를 올렸다. 지금 일본정부는 국민메신저 라인에서 네이버를 떼내려 한다.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린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고손자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이토 히로부미: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이라 적은 뒤 “조선, 대한민국 정부:멍~”이라고 썼다. 나는 정치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이 균형적 교양이라고 생각하고 그 교양의 가장 큰 구성요소는 역사에 대한 안목이라고 생각한다. 결단의 순간에 선 리더가 참조할 것은 역사밖에 없다. 처칠은 위대한 결단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역사를 공부하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역사의 복잡성을 이해하고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적절하다. 정치는 표현되는 것이고 표현되는 것으로 평가될 뿐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그 후손인 총무상을 연결해 전개하는 평행이론은 무척 재미있지만 상식적이지 않다. 내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무 상관 없다. 그러나 농담도 아니고 그런 말을 진지하게 하는 리더는 위험해 보인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비바 민희진! 그런데 좀 무섭다 [노원명 에세이]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25일 기자회견을 텍스트 기사로 먼저 접했다. 몇몇 남자들(그중 한명은 내 또래다)에게 ‘개저씨’ 혹은 ‘시xxx’라 한바탕 퍼부었다는 내용이다. 그녀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대일로야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그러나 기자회견 아닌가. 현대 사회에선 먼저 욕한 놈, 먼저 주먹 휘두른 놈이 지게 되어 있다. 바보 아닌가. ‘어떤 미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2류 국가로 가는 ‘협치’[노원명 에세이]보수층 일각에선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합의할지언정 이태원 특별법은 거부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보수층은 지난 10년의 ‘세월호 정치’에 신물을 느낀다.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됨으로써 죽은 이를 팔아 산 자들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그 정치를 또 보게 생겼다. 그것은 또 한 번의 ‘예외’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의료개혁, 국회로 공 넘겼으면[노원명 에세이]의료개혁 문제를 생각하다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 이런 걸 두고 ‘오지랖 넓다’고 한다. 그러나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말똥말똥하게 누워 떠올린 생각은 ‘영락없는 베트남이로구나’다. 베트남전의 기원은 트루먼 정부의 인도차이나 정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루먼은 아시아가 도미노처럼 공산화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인도차이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 15분간 “독재화·정치 실종” 작심 비판…윤 “좋은 말씀 감사”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처음 마주 앉아 2시간15분간 의견을 주고받았다. 훈훈한 덕담으로 시작된 회담 분위기는 이 대표가 공개발언에서 “독재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설] 성과 없이 끝난 윤·이 회담, 국정기조 전환은 없었다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정국 현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대통령과 국회 과반을 차지한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꼬박 720...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태극기 배지달고 “독재화” 언급한 이재명···비공개에서 윤 대통령이 85% 발언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처음으로 마주 앉아 2시간15분간 의견을 주고 받았다. 훈훈한 덕담으로 시작된 회담 분위기는 이 대표가 공개발언에서 “독재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