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녕 내 남편이 지은 집인가... 너무 완벽했다 집짓기 목수 함양 노일영 기자
숙취가 심해 머리통이 쪼개질 지경이었다. 방에는 남편이 없었는데, 시간은 오전 10시가 지나 있었다. 흙집 지으러 가자고 남편이 꼭두새벽부터 야단법석을 떨었어야 정상인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흙벽 위에는 서까래가 단 하나 올라가 있었다. 그 서까래는 15도로 깎인 끝부분이 원통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고정돼 있진 않았다. 내가 흙벽 밖으로 빠져나온 끝부분을 붙잡아 줘야, 망치로 못을 박아 원통에다 서까래를 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를 보고 말없이 머리를 계속 긁적였다. '어이구, 저 참을 수 없이 진부한 연기.'남편의 겁먹은 목소리는 목구멍으로 잽싸게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미친! 흙집의 내경이 5.5m인데, 반지름 2.75m에서 1cm 오차를 가지고 그 지랄을 떨었다고? 아주 정밀의 화신이 탄생하셨구만.'서까래를 원통에 모두 고정시키는 데 거의 5일이 소요됐다. 서까래가 24개니까, 하루에 대략 5개를 못으로 박은 것인데,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남편 본인의 성격대로 좀 경솔하게 진도를 나가도 되는데, 나무늘보가 못을 박아도 남편보다는 빠를 정도였다.
그런데 남편은 서까래 하나를 들고 1시간 25분을 번민하다가, 결국 5분 동안 굼뜨게 못을 박았다. 1시간 25분 동안 서까래를 지켜보며 고민·고뇌에 빠져 있다가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처음에 내가 말한 대로 그 방향으로 결국 못을 박을 거면서, 도대체 1시간 25분을 묵상에 잠겨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무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절차를 밟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있냐고? 서까래들이 꼭 원통의 중심에서 빈틈없이 딱 맞게 만나야 할 필요가 없잖아.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하지. 빈틈없이 안 만나면 지붕이 무너져?"어르고 달래고 화내도, 서까래 앞에 선 남편은 행위와 사고의 빈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미운 7살의 언행이 몸에 박힌 남편이 내가 조롱해도 쉽사리 반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귀농하기 전에 나는 집 근처 공방에서 3개월 과정으로 짜맞춤 소목을 배웠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남편은 지붕 만들기가 시작되자 많이 얌전해진 것이다. 눈만 마주치면 실실 웃어 대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한옥학교에서 '고문관' 취급을 당하다가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자퇴했는데, 나는 소목을 배우러 가면 우등생 대접을 받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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