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중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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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중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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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 아동을 둔 엄마의 외로움과 아들의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이제 꽉 찬 다섯 돌을 넘긴 내 아들은, 발달 장애를 겪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진단받은 후, 일명 ABA(Applied Behavioral Analysis)라는 응용분석행동치료를 받은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다행히 치료 후로 조금씩 입을 떼기 시작한다. 아예 말을 못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긴 하다. 그러나 친구들은 이제 쭉쭉 뻗어나가서 제법 어른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 아들은 아직도'1층입니다, 2층입니다'와 같이 엘리베이터가 말하는 반향어(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가 대부분이다. 화용 언어(실제 의사소통에서 쓰이는 언어)보다는 동일어 반복 같은 상동 언어의 표현이 무척 많다. 외운 표현 말고는 대화가 잘 되지 않아서 어찌 보면 고장난 로봇 같기도 하다. 그나마 아주 오랫동안 반복한 구절은 곧잘 따라 하는데, 요새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구'라는 존재에 관심이 많아져서 '친구야 같이 놀자'라는 멘트를 곧잘 따라한다.

문제는 그 이후에 더 이상 교감이나 놀이, 대화에 진전이 없으니 친구들 입장에서는 그저 같이 놀자고 맴맴 대는 로봇처럼 보일 거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간혹 그런 아들을 곁에 두고 놀이를 즐기는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유치원생들은 한창 또래 그룹이 생길 나이인지라, 조금이라도 다른 친구들이 다가오면 척을 두기 마련이니까. 내가 발달 장애 아동의 엄마가 되기 전에, 입장을 바꿔 생각해서 내가 어렸다면, 귀찮은 친구가 와서 놀자고 하는데 같이 놀 줄 모른다면, 나랑 수준이 맞지 않다면, 그래도 외면하지 않을 자신 있어?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과거의 나조차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기에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한편 부모의 입장에서는 매번 거절당하고'저리 가!','너랑 놀기 싫어!' 이런 말들을 듣거나 소리 소문 없이 눈을 마주치면서'우리 다른 데 가서 놀자!'하고 동시에 사라지는 건 내가 따돌림을 당하는 만큼이나 마음이 아프다. 이해는 하는데, 내 마음은 너무나 아프고 머리로는 분명 알겠는데, 가슴이 저려온다. 어느덧 주변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친구들을 보면 내 마음 속 외로움은 밀물처럼 밀려와서 허허벌판에 아들과 나 둘만 남겨진 것 같다. 아들이 더 어릴 때는, 나조차도 아들이 낯설었을 때는, 그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했을 때는, 오히려 외로움이 더 편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아들,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들, 똑같은 행동에 집착하는 아들이 세상에서 외로워도,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면 차라리 혼자가, 아니 아들과 둘이서만 있는 게 더 편했다. 사실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눈을 감고, 우주에 둥둥 떠서 먼 우주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아들과 함께 이방인이 되는 상상을 곧잘 했다. 그렇게 부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외로움조차 중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가볍게 날려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아니, 엄마인 나조차 대체 그 속을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까르르대는 곳에서 함께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들은'저리 가, 너랑 놀기 싫어, 왜 그래!!'라는 말들 뿐이다. 세상에 빛과 소금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공의 적이 되기는 싫은데, 투명 인간 취급도 슬픈데... 천진한 아이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솔직한 말들을 내 가슴속에 주워 담는다. 대신 아들이 들을 수 없게'이리 와, 엄마랑 놀자. 엄마랑 술래잡기 하자!' 하고 손을 이끌어보지만 아들은 이제 나와의 우주가 싫은가 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은 우주에 부유하는 존재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가? 그래서 엄마가 된 나는 다시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남녀노소, 누구나 평등한 사회, 함께 어울릴 기회가 있는 사회에서 아들과 함께 세상에 뚜벅뚜벅 걸어가는 연습을 매일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내 마음속 우주가 아닌, 진짜 현실 세상에서 엄마가 아닌 친구들과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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