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우리 도형이는 짱구를 닮았어요.” 엄마가 도형이 얼굴 옆에 짱구 인형을 댔다. “정말 짱구 같죠?” 눈을 감은 도형이는 반응이 없다. 짱구 인형을 치우자, 짱구를 닮은 도형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꼬끼오, 해가 떴어요. 모두 모두 일어나세요.” “아아.”
지난달 29일 오후, 도형이가 보조기기에 앉아 집으로 방문 교육을 온 특수교육 선생님으로부터 동물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가운데가 엄마 신현정씨.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엄마가 도형이 얼굴 옆에 짱구 인형을 댔다. “정말 짱구 같죠?” 눈을 감은 도형이는 반응이 없다. 짱구 인형을 치우자, 짱구를 닮은 도형이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선생님이 도형이를 붙잡고 동화 구연을 시작하자 도형이가 ‘아’ 소리를 길게 내며 반응했다. 염소와 고양이 등 갖가지 동물 울음소리를 들려줄 때면 후드득 놀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손으로 색연필을 쥐고 그림도 그렸다. 도형이의 눈은 감겨 있었다. 늘 눈을 감고 있어 자는 건지 알아채기 어렵다.
도형이는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고열 등으로 뇌 손상을 입었는데 응급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뇌를 감싸는 조직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당시 거주하던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70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뇌척수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병은 더욱 악화했다. 뇌수막염은 뇌출혈·수두증·뇌성마비·뇌병변·뇌전증으로 이어졌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뇌 손상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음식물을 입으로 삼킬 수 없는 ‘연하 곤란’까지 와 콧줄을 써야 했다.“도형이 너무 잘하네. 고개 똑바로 들고.”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도형이는 뇌압이 너무 높아 위험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뇌실과 복막 사이에 얇은 튜브를 삽입해 뇌척수액이 순환되도록 하는 ‘션트 수술’을 해야만 했다. 머리에 일종의 기계를 심은 셈이다.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보내 몸에 흡수하도록 하는 장치다. 현정씨는 “도형이 뱃속을 엑스레이로 찍어보면 선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마리아운동발달연구소에서 도형이가 엄마 신현정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2018년 7월, 백화점에서 판매 일을 하던 현정씨는 직업군인이었던 남편 이동주씨를 만나 결혼했다. 도형이가 조금 일찍 태어나면서 신혼 기간은 짧게 끝났다. 게다가 아이의 장애로 가계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남편은 군대에서 나와 영업 파견직으로 새 직장을 얻었다. 대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으나, 진료받는 병원과 가까운 대구로 옮겨야 했다. 남편은 울산에서 근무하는지라 주말부부로 지낸다. 그나마 현정씨 여동생이 도형이를 돌보는 데 힘을 보태줘 숨통을 텄다.저체중아 지원도 종료…의료비 부담에 휘청 원래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현정씨는, 지금도 그렇다. 환한 표정만 보면, 그 어떤 구김살도 없이 살았나 느낄지도 모른다.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던 현정씨는 “시설로 보내는 부모들도 많다”는 말을 꺼내자 멈칫하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 “맞아요. 걱정되는 건 저희 부부가 늙어서 도형이를 못 돌보게 되면 시설로 가게 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에요.”눈을 감고 무표정할 때가 많지만, 도형이도 웃는다. 시각이 안 좋은 대신 청각이 예민해 좋아하는 소리나 음악을 들려주면 즐거워한다. 소리가 또박또박 들리는 뽀로로나 코코비 같은 동요에 반응을 잘한단다. 그런 도형이를 보면서 현정씨도 웃을 때가 많다. “자고 일어날 때 예쁘죠. 또 저랑 닮아서 웃겨요.” 도형이는 말도 옹알이밖에 못 하지만, 엄마는 거기에서 고저장단의 미세한 차이를 느끼며 대견해한다. 침을 튀기면 침을 튀기는 대로 귀엽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교문 못 떠난 지적장애 엄마…소년은 먹지 않은 급식을 건넸다지난 14일 오후 중국 허난성의 한 초등학교. 철문을 사이에 두고 열두 살 소년과 소년의 엄마가 마주 앉았다. 리시보라는 이름의 소년이 교실에서 가져온 쇠 그릇을 엄마에게 내밀자 엄마는 빠른 젓가락질로 그릇을 비웠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는 엄마의 검은 머리칼을 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통령 뭉개기에 ‘채상병 사건’ 공수처 검사 사직 위기, 공수처장 “연임 절실”민주당 김용민 “인사 개입으로 수사 못 하게 꾹꾹 눌러, 책임 물어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 “과징금 때리면 뭐해, 안 내면 그만인데”…공정위, 올해 못 걷은 돈이 무려올해 못 걷은 과징금 5300억 징수유예·임의체납액도 껑충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엄마 우리학교 또 공사한대”…남는 돈 억지로 써야하는 이상한 교육 현장‘예산 퍼주기’ 못 건든 교부금 대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임생 쇼크로 동정표 얻으려다 본전도 못 찾은 정몽규이임생 쇼크로 동정표 얻으려다 본전도 못 찾은 정몽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 4조 밑돌아…메모리는 7조 육박 추산(종합)(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