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에서 시인은 자신을 시 쓰기로 이끈 최초의 풍경(primal scene)을 되새긴다. 📝 장정일 (소설가)
〈77편, 이 시들은〉은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무지개’ ‘월식’ ‘세우’가 당선되었던 김명수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이다. 신춘문예 시 당선작은 한 편이 꼽히는데, 김명수 시인은 세 편이 함께 꼽혔다. 그 가운데 한 편인 ‘세우’를 보자. “저/ 난쟁이 병정들은/ 소리도 없이 보슬비를 타고/ 어디서 어디서 내려오는가// 시방 곱게 잠이 든/ 내 누이/ 어릴 때 걸린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못 쓰는/ 내 누이를// 꿈결과 함께 들것에 실어/ 소리도 없이/ 아주 아늑하게/ 마법의 성으로 실어가는가.” 시력 40년 넘는 시인의 한결같은 특징은 내용과 형식의 간명함이다. 지나친 간명함에는 예술지상주의라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으로 세 편을 동시에 뽑은 이유는 그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였다. 김명수의 시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사물과 소시민을 불러내 그들의 소외와 슬픔을 위로하는 한편 사소한 존재를 긍정한다. 또 최소한의 암시를 사용하여 삶의 명암을 드러낸다.
‘신 78’에서 그녀는 심방 온 목사와 교우들에게 절규한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그를 용서할 수 있어요? 난 이렇게 괴로운데 그 인간은 하나님 사랑으로 용서받고 구원되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 대사를 마친 직후, 신애는 부엌의 싱크대에서 지렁이를 발견하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창동은 재치 넘치는 각본가이자 감독이다. 교만했던 신애는 유혹하는 뱀이 되어 김 집사에게 간음의 죄를 짓게 한다. 용서를 구해야 할 당사자를 건너뛰고, 하나님과의 직거래를 통해 하나님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유괴범의 논리는 궤변이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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