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독서만세 199] 김남조의
시인 김남조 별세, 짤막한 뉴스가 휴대폰 화면 위를 지나갔다. 또 한 명 대단한 문인이 져버린 것이다. 한국 문단은 그녀를 대신할 시인을 아직도 갖지 못하였는데, 시간은 흐르고 별은 떨어지니 마침내 그렇게 되고 말았다.
지난 수년 간 비우고 또 비워왔지만 내 서재엔 여전히 500권 가량의 책이 들어 있다. 약 20칸이 될 책장 칸 가운데는 특별히 아끼는 책이 자리한 곳이 몇 칸 쯤 있는데, 란 제목의 에세이집도 그 안에 들었다. 아는 이들은 알겠으나 는 김남조 시인의 명저로 손꼽힌다.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시인 본인의 시세계가 어떠한 모양인지를 그대로 내보이는 친절하며 격조 있는 에세이집인 때문이다. 사랑의 시인이라는 별칭 그대로, 에로스를 넘어 아가페에 이르는 사랑의 단상들이 여러 글 가운데 진하게 묻어난다. 특히 릴케와 하이네, 브라우닝 부부 등 서양 문학의 거장들의 시세계를 감성적으로 소개하여 외국 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낭만적으로 소개하는 대목 또한 흥미롭다.
그러나 이 책이 현대에 이르러 새로 출판되지 못하고 일부 도서관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몹시 아쉬운 일이다. 독서가에겐 헌책방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명저로 기억됨에도 수많은 출판물이 쏟아지는 이 시대의 대중들과 만날 길이 단절됐다는 것이, 그녀의 시가 그저 오래되고 낡은 무엇쯤으로 여겨지며 잊혀져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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