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띤 어린이의 슬픈 노래 같은데, 그의 인터뷰도 그랬다. 성대모사의 달인인 그가 쏟아내는 일화에 웃으면서도 마음엔 말줄임표가 남았다.
“시는 작고 약한 걸 보는 마음 살려준 구원”‘월간 현대시’ 창간 이래 최초로 스무 살에 등단한, 그래서 ‘문단의 아이돌’로 불린 시인. 지능지수가 상위 1% 안에 들어 멘사코리아 가입을 권유받은 수재. 지금까지 낸 모든 시집이 중쇄를 찍은 작가.백일장에 나간 전북 정읍 서초등학교 4학년생 오은. 대회가 끝나고 인솔 교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은아, 대체 어떻게 썼길래 그러니.” 대회에 나간 같은 학교 학생 30여 명 중 그만 유일하게 입선조차 못한 것이다. 보다 못한 교사가 대회 본부로 가 그가 쓴 글을 받아왔다.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돌을 던지면 하늘이 쨍그랑 하고 깨질 것만 같았다.’
서두의 백일장에서 이어받자면, 그랬던 그가 ‘글’로 맛본 첫 쓴맛은 무엇일까. 고교 2학년생이 된 오은. 이번엔 한 학습지 브랜드가 만든 문학상에 응모한다. 작심하고 상을 받을 만한 시를 썼다. 그는 영리했다. 이전 수상작들을 보니 감동이 있는 서사가 있어야 했다. 결과는 1등. 서울로 올라가 프레스센터에서 시상식도 참석하고 상패에 상금도 받았다.“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인지를 알게 됐죠. 다른 수상작들을 보니 슬픈 서사로 감동을 주는 요소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적중하니까 너무 시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땐 시가 싫었어요. 이렇게 써야 1등을 하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시가 내 길은 아니구나.”“대학원 갔을 때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들어갔어요.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육성하겠다’는 홈페이지 설명에 매료돼서. 그런데 대학원을 졸업하려면 필수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어야 하더라고요. 학부생도 듣는 200명 규모 대형 강의.
그는 죽다 살아난 사람이다. 첫 시집을 2009년 3월 5일에 냈는데, 그 달 26일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늦은 밤 길 건너는 그를 보지 못한 차에 치인 것이다. 당시 차량은 시속 110㎞로 달리고 있었다. 불운이 한 번 더 왔다. 쓰러진 그를 다른 차량이 또 치고 달아났다. 머리와 팔다리 부상이 심했다.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심폐소생술을 해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자 포기하려는 의료진을 그의 형이 붙잡고 사정했다. 결국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하고 나서야 맥박도, 혈압도 돌아왔다.“사고 직후부터 3개월 정도는 기억이 없어요. 다른 부위 부상도 심했지만 머리에 물이 고여있었거든요. 3개월 뒤에 뇌에서 물을 빼는 수술을 받고서야 오은으로 돌아왔죠. 그래도 피를 머리 바깥으로 쏟아서 다행이었대요. 내출혈이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어머니나 다른 가족,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아요. 헛소리를 많이 했대요.
[실패⑤] 아빠, 잘 지내나요그는 2019년 작고한 부친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투병 중이던 아버지와 산책을 하며 보내던 기간에 쓴 것이다. 그는 “그때 눈에 들어왔던 게 ‘사람’이었던 듯싶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은 끓고 타고 닳고 있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 시집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았고 수상 소식을 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납골당에 가서.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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