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즘도 무의식적으로 주희씨에게 전화를 건다. 📸📝 박미소 기자
5월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두 건물 사이 좁은 길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스쳐 지나간다. 변한 것은 붉은색 가벽에 붙은 추모 메시지뿐. 200일 남짓 붙어 있던 종이쪽지들은 빛이 바랬다. 5월16일은 이태원 참사 200일이 되는 날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 6명을 만났다. 그들이 쓰던 방과 물건을 통해 떠난 이들의 세상을 살펴봤다. 서른한 살 박현진씨와 정주희씨, 대학생 박가영씨와 최민석씨, 열여섯 살 이재현 군, 스물여덟 청년 조경철씨.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지난해 10월에 머물러 있다. " 언니는 핀란드 사람이랑 결혼해서, 주희가 장녀 역할이며 다 했지. 동생도 잘 살피고 아우르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정주희씨의 어머니 이효숙씨는 주희씨가 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믿고 맡겼다. 여덟 살 때 주희씨는 밖에서 일하는 엄마를 대신했다. 네 살 터울 남동생이 어린이집에서 마치면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밥을 먹였다.
용돈 대신 본인이 사업으로 번 돈을 썼다. 주희씨는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다. 사업 때문에 경기 용인시에 따로 사는 엄마를 자주 찾아갔다. ‘혼자 있으면 밥 잘 안 챙겨 먹게 된다’며 직접 만든 반찬을 엄마의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 엄마에게서 배운 요리 솜씨는 엄마뿐 아니라 남자친구, 친구들에게도 선보였다. 아빠 정해문씨에겐 술친구이자 든든한 회사 직원이었다. 속옷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주희씨는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아빠의 사업을 도왔다. 무역 사업에 필요한 중국어를 배웠고, 회사 직원들을 데리고 중국 공장으로 출장을 가기도 했다. 함께볼기사 엄마는 요즘도 무의식적으로 주희씨에게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 전화에 종료 버튼을 누른다. 어쩔 수 없이 녹음 파일로 남겨진 통화 내용을 듣는다. "엄마, 고생하니까 일하지 마." 수화기 너머 들리는 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엄마를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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