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지구에서 1회 월경용품과 작별하기 1] 생리대와 지구
면 월경대는 빨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불편했지만, 다시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내 몸이 일회용 생리대를 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계 일주를 결심했을 때도 거처가 계속 변경되는 장기간 여행이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가벼운 배낭을 만들기 위해 빨랫비누, 손을 보호하기 위한 고무장갑, 면 월경대 이렇게 최소한의 월경용품을 챙겨가기로 했다.
나는 월경 기간이 10~13일 정도로 긴 편이었고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피부 질환이 지긋지긋했다. 2007년 즈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보를 찾던 중 '면 월경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면 월경대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거짓말처럼 피부 질환이 사라졌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면 월경대를 극찬했고 꼭 써보라고 권장했다. 바쁜 주변 지인들은 '언제 빨고 말리냐'며 '나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도 문제없다, 너가 예민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예민한 몸을 가져서 면 월경대를 써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아이티에서 겪은 일을 생각할 때면 물과 음식이 너무 부족한 나라라고 기억했지 월경 경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환경과 젠더 감수성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음식과 물을 떠올렸지 월경은 '나중' 문제로 여긴 것 같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누군가는 월경용품에 대한 선택권도 당연히 보장받을 수 없다. 월경이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월경 빈곤 해결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2017년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한국 사회가 한참 시끄러워졌을 때 나는 후련함을 느꼈다. 내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경험한 피부 질환이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 물질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내 몸이 일찍 신호를 보내 준 것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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