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 - 노동절 특별기고 ①]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
"그거 우리 집은 아니지?"나는 10년 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5억여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연 12%의 이자와 함께. 그 후 계좌 압류, 급여 압류, 살림살이 경매 등을 거쳐 지금은 사는 집의 경매가 목전에 있다. 당장 2억 원을 변제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이다.어느 날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거실 TV에 웬 종이가 하나 붙어있었다. '채무불이행으로 어쩌고...', '살림살이에 대한 경매가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긴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편으로 온 것을 아내가 일부러 붙여두었나' 생각했다. '아내가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까? 뭘 이렇게까지.
그 뒤로 한 달 넘도록 아내는 집에 혼자 있지 못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다는 공포는 상상해 본 적 없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퇴근하고 귀가할 때까지 아내는 근처의 친구 집이나 카페에 머물며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함께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매일은 기분 나쁜 두려움이었다. 집에 또 누가 왔다 가지는 않았을까?노동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노동자들의 투쟁에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을 주면 안 된다는 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천신만고 끝에 어렵게 21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윤석열 대통령은 가볍게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얼마든지 탄압할 수 있다!'라는 대통령의 의지. 손배가압류의 고통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이 숱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전히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회사가 실제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노사 간의 협상 테이블에서 슬쩍 '손배'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대단하다. 회사가 건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판결까지 내려지면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같은 애초의 요구는 사라지고 손배 해결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목숨을 걸고 투쟁한 대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 중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도, 국외 자본의 '먹튀'와 그에 따른 해고를 막겠다고 투쟁 중인 한국옵티칼의 노동자들도 손배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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