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강렬했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가을날 저녁. 한강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 자세한 기사 보기 ▶
한낮의 강렬했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가을날 저녁. 한강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해가 지고 난 뒤의 서쪽 하늘로 보랏빛이 길게 띠를 이루며 지나가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어서 얼른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지만, 그때 그 순간 내 두 눈으로 보는 그 하늘빛을 온전히 옮겨 담을 수는 없었다.
그때까지는 저녁노을 또한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내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의 반복에 불과했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명한, 자전거 바퀴를 둥글게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아무런 의문의 여지가 없는, 그래서 뭐 하나 특별히 되새길 만한 것이 없는 그런 일들 중에 하나였다. 그저 '오늘도 또 서쪽으로 해가 지는구나' 하고 곁눈질로 쳐다보고 무심결에 지나쳤던 게 거의 전부였다.도시에 살면서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아침에는 일을 하러 나가기에 바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기에 바쁘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다. 종종 한강을 따라서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서도 자전거 핸들에 부착한 속도계를 주시하면서 시종일관 속도를 점검하느라 다른 데 정신을 팔 시간이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도 한때 '속도'에 미쳐 살았다. 그때는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을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확인하는 게 내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사실 그 단어들이 품고 있는 의미대로, 떨어지고 저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게 더 이상하다. 황혼은 심지어 '이별' 내지는 '소멸'을 표현하는 문구에 사용될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을이라는 우리말에 좀 더 강한 애착을 느낀다. 노을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그 때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하늘이 붉게 물든 현상 그 자체를 가리킨다. '아침노을'이든 '저녁노을'이든, 노을이라는 단어에서 떨어지고 저무는 의미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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