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댐인 동네,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남태령을 넘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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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댐인 동네,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남태령을 넘어⑥]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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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에 저수용량 1억t 규모의 댐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남 금산에는 34만5000V 고압 송전선을 연결하는 철탑이 여러 개 세워진다....

사진 크게보기 강원 양구 방산면 일대를 흐르는 수입천이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수입천 상류에 저수용량 1억t 규모의 댐을 지어 경기 용인 반도체 공장에 보낼 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구 | 서성일 선임기자

재원은 인근 평화의댐에서 매년 나오는 지원금 1000만원이다. 1988년 평화의댐 건설로 피해를 본 방산면의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원금이 나온다. 당시 군부는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북한이 금강산댐을 짓고 이를 터뜨려서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며 수공을 막기 위한 평화의댐을 짓겠다고 했다. 평화의댐으로 천미리 일부가 물에 잠겼다.“우리 큰집이 천미리에서 살았거든요. 다들 ‘서울이 물바다 되는 건 막아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살았으니까 국가에서 주는 얼마 안 되는 보상금 받고 찍소리 없이 나갔죠. 천미리에 댐 생기면 우리 마을에도 안개 끼고 피해 보는 건데 그때는 그런 생각도 못했어요. 나도 댐 지으라고 성금까지 낸걸…” 금악리 이장 박금순씨의 말이다.

마을 총무 정씨는 “농사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래기 농사와 양봉 등을 한다. 8월에 시래기 전용 무를 밭에 심고, 10월 말에 무청만 잘라 수확한다. 무청은 두 달간 그늘에서 말려 시래기로 팔고, 밭에 남겨진 무는 동치미를 담가 먹는단다. 수입천댐으로 안개가 짙어지면 말린 시래기에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고방산에 수입천댐을 만들면 송현2리의 가구 7곳과 농지, 그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옛 길목인 두타연 계곡 일부가 물에 잠긴다. 두타연 계곡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과 2급인 열목어가 사는 청정 지역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댐이 생기면 우리 수박 하우스는 물에 잠기겠지만, 포 사격장도 사라지거든. 그럼 우리 마을에서 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날 거야. 마을에 댐이 있으니까 관광객도 올 거고 펜션도 생기겠지. 지금보다 생기가 돌지 않겠어?” 한국전력은 2023년 초 금산군청과 군의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신정읍~신계룡 구간에 있는 15개 지자체에서 지자체 관계자 1명, 주민 대표 2명씩 총 45명을 뽑아 ‘광역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송전탑 후보지를 결정했다. 송전선이 어디를 지나게 할 것인가를 45명이 다수결로 정했다. 금산에서는 진산면 일대가 선정됐다.

지난달 7일 찾은 진산면 두지리, 지방리, 읍내리 건물에는 집 매매 딱지가 붙어 있었다. 박씨가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발표된 이후 집을 내놓는 주민들이 늘어났다”면서 “우리 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을 열심히 하던 귀농인 몇분이 떠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은 잘 나가지 않는다.박범석씨가 말했다. “거대한 철탑이 마을에 들어선다고 생각해보세요. 보기에도 좋지 않고, 주민들은 암 생기는 거 아니냐 걱정하고요. 재산상 피해도 보죠. 한전이 보상금을 준다고 해도 ‘찔끔 보상’이죠. 일부 주민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 보상금 받고 찬성하는 게 낫다’고까지 얘기해요. 송전탑 때문에 같이 살던 주민들 간에 편이 갈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니까 사람들이 떠나죠. 이렇게 마을이 순식간에 소멸위기에 놓이는 겁니다.”고압 송전탑 후보지인 지방리와 두지리는 밀양 박씨들이 사는 집성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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