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킷라룻, 호랑이도 쫓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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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킷라룻, 호랑이도 쫓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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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을 위해 부킷라룻 산에 찾아온 장보영 기자는 낯선 지형과 거머리, 그리고 잔혹한 경쟁 속에서도 울려 퍼지던 호랑이 소리에 긴장감을 느낀다.

원시림이었던 부킷라룻을 일반인이 오르기 시작한 해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등산로는 숲과 구별이 잘 안될 정도로 희미했다. 몇시간째 등산객이라고는 ‘맥스웰 베이스캠프’ 운영자인 제시와 그의 친구 아이비, 앤드루 등 우리뿐이었다. 일행 중에선 걸음이 잰 나지만 먼저 나설 수가 없었다. 우리 중 이 산을 가장 잘 아는 제시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제시는 팔뚝만한 정글도 하나를 손에 들고 사방팔방으로 우거진 잡목을 잘라가며 길을 찾아냈다. 국가가 공인한 ‘마운틴 가이드’다운 면모였다. “며칠만 사람이 다니지 않아도 산은 금세 자신만의 질서로 되돌아가버려.” 제시가 칼끝에 걸린 나무 잎사귀를 손으로 걷어내며 말했다.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고목으로 숲은 빽빽했다. 그 틈새로 햇살이 찬연하게 쏟아졌다. 평화로운 풍경에 압도된 우리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 으악!” 우연히 발밑을 본 순간 나는 기절할 듯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11월16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말레이시아 전역은 물론 인근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네팔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 3천명이 타이핑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회는 100㎞, 50㎞, 25㎞, 13㎞와 오르막 경기인 5㎞ 포함해 총 5개로 참가 부문이 나뉜다. 새벽 2시에 출발하는 100㎞ 경기가 제일 먼저 시작한다. 이후 거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내가 출전하는 50㎞ 부문은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첫 경기에 견줘 느지막한 시간이라 제법 여유를 부리며 대회장에 미리 도착해 몸을 풀었다.대회명에 나라 이름이 들어갈 만큼 이 대회 위상은 말레이시아에서 높은 편이다. 상징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대회다. 그런 까닭에 참가자들은 트레일러닝을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 수준을 넘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종목으로 치면 국가대표 선수급이다. 특히 네팔에서 온 히말라야 등반 가이드 출신 여자 선수 2명은 90년대생으로 체구는 작았지만 한눈에 봐도 강하고 단단해 보였다.

오전 10시. 타이핑광장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던 음악이 잠잠해지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50㎞ 경기의 포문이 열렸다. 타이핑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 이름 모를 야산에 진입했다. 산은 초입부터 난관이었다.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산길은 병목 현상이 불가피했는데, 그마저도 진흙밭이라 많은 선수가 고꾸라졌다. 나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발을 내딛자마자 미끄러지기를 몇차례 반복한 끝에 땅에 드러난 나무뿌리를 붙잡고 겨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제법 달릴 수 있는 능선이 이어졌다. 한참 숲속을 헤맨 뒤 물과 식량을 보충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말레이시아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출발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뛰기 시작했다. 장보영 제공

겨우 12㎞ 지점에 도착했는데 온몸은 땀에 젖어 흥건했다. 차가운 콜라를 연거푸 들이켜며 화살표를 따라 서둘러 다음 구간으로 이동했다. 앞뒤로 쏟아지듯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체할 겨를은 없었다. 산에서 빠져나와 민가 몇채를 지나 그다음 산으로 연결되는 아스팔트 길에 도착했다. 그곳엔 정오의 폭양이 이글거렸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인지 갈 길이 먼데 초반부터 진이 빠졌다. 앞으로 어떠한 길이 펼쳐질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걷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중간 지점인 25㎞ 구간을 지나자 100㎞ 참가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새벽 2시부터 계속 달리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길 위에 새우처럼 돌아누워 잠을 잤다. 누군가는 더위를 참지 못해 옷을 입은 채로 계곡에 입수했다. 서로에게 힘내라고 응원했다. 그 순간 저 멀리 어디선가 잇달아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달리다 말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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