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회사의 미국 출장에서 영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에 대해 2심 법원이 1심과 달리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자살은 노동자 개...
2022년 10월5일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소속 학생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여수 현장실습생 고 홍정운씨의 산재사망과 관련해 “1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 추모 집회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출장 이후 A씨는 동료들에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A씨는 2018년 1월 자살을 시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거부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소송을 냈다.이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무와 재해 발생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고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행위”라며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또다른 대법원 판례를 끌어왔다.
2심 재판부는 “판례 추이 등을 종합하면 비록 명시적인 판례 변경은 없었더라도 자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가 종전보다 확장된 것 아닌가 짐작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업무상 사고와 질병의 범위가 폭넓게 명시된 점, 2020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인정 기준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서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바뀐 점도 짚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회사 임원이 귀국 후 팀장회의에서 A씨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A씨가 동료들에게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 먹도록 이 정도 밖에 안 되네” 등 자책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출장에서 내 포장지가 벗겨진 기분. 알맹이의 내용이 거짓, 과장이 심했던” 등의 메모 내용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A씨는 미국 출장이 결정된 경위나 그곳에서 있었던 입국심사 지연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데다가 상사가 이를 지적하자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 내지 자존감 저하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점 보러 갔다가 집안 ‘폭삭’…부부 가스라이팅에 아이까지 폭행 일삼은 승려법원, 특수상해·아동학대·폭행 인정 징역 1년·집유 2년에 벌금 300만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별 통보한 여자친구 흉기로 살해…검찰, 김레아 신상 공개특정중대범죄 신상공개법 시행 후 검찰 첫 공개 법원 “공익”…김씨가 낸 집행정지가처분 기각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무면허로 회사 차 몰다가 사망했는데 법원 ‘산재’ 판단, 왜?회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차를 몰다가 사망한 경우 운전자가 무면허 상태였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노동자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총선 다음날 '류희림 고발사주 수사 진행중' 문자보낸 경찰, 왜?민주당 "수사진행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진척 더뎌"... 이 와중에 류희림은 미국 출장 계획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성추행, 폭언으로 생긴 요양보호사의 ‘우울증’…서울시사회서비스원 첫 ‘산재’ 인정[플랫]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요양보호사가 근무 과정에서 겪은 성추행과 폭언 등으로 발현한 우울증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2019년 서사원이 문을 연 후 감정노동 등에 따른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서사원 감정노동 첫 ‘산재’ 인정…노동환경 악화 속 폐지 논의만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요양보호사가 근무 과정에서 겪은 성추행과 폭언 등으로 발현한 우울증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2019년 서사원이 문을 연 후 감정노동 등에 따른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