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로 변한 아버지, 너무 놀라 숨어버린 딸 평화박물관 FIGHTING_CHANCE 변상철 기자
최길심씨는 북한에 납북되었다가 1972년 5월 10일 귀환한 동림호 선원 고 최형도씨의 딸이다. 여수에서 지내는 최씨는 오전은 일찍 일을 시작해야 해 오후에나 인터뷰 시간이 된다고 했다. 용역업체를 통해 일을 구할 수 있기에 본인 스스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되니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정도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최씨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만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경제생활을 책임지던 부친의 부재로 남은 가족들끼리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20대 나이로 비교적 젊었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으로 정신이 반 쯤 나간 상태로 젖먹이 동생을 키우며 생활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돈을 벌려고 남의 집 일을 나갔지만, 매일 밥 대신 막걸리로 슬픔을 달래며 실성한 사람처럼 지냈다고 한다.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려고 최씨 또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부친의 생사를 알지 못하며 그렇게 1년여간 생활하던 최씨 가족에게 드디어 부친의 귀환 소식이 전해졌다. 어머니는 남편을 만날 생각에 의복을 챙겨 최씨와 젖먹이 여동생을 데리고 여수를 거쳐 순천교도소로 향했다. 순천교도소에서 1년여 만에 만난 아버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파란 옷에 수인표를 붙이고 나온 아버지는 머리가 하얀 백발이 되어 마치 1년 만에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듯 했다고 한다. 최씨는 부친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어머니 뒤로 숨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늘 집에 누워있는 산 송장같은 생활을 했지만, 경찰은 그런 아버지를 집요하게 감시했다고 한다. 집 주위나 담벼락에 사복경찰들이 자주 와 서 있었고, 아버지는 경찰 감시를 눈치 채면 '으흠'하는 기침소리를 냈다고 한다. 아버지의 기침 소리는 경찰이 감시한다는 신호이자 가족 모두 집 안으로 피신하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고구마를 먹다가도, 마당에서 놀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리면 가족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와야 했다. 파란 잠바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감시하던 경찰들은 수시로 바뀌었고, 그런 감시로 인해 여수같은 외지로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 동생들도 먹고 살기 힘드니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나 봐요. 가끔 서울에 올라가보면 동생들은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형편도 되지 않으니 돈을 모은다고 지하철을 떠돌더라고요. 긴 줄에 자석을 달아서 전철 선로에 떨어져 있는 동전을 주워 모아 도시락 반찬을 산다는 거예요. 그렇게 지하철 선로를 다니니 얼굴이며 입 주위며 옷이며, 손이며 새까맣게 되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 저도 속상한데 엄마는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몇 해 전에 아버지 묘를 이장한다고 묘를 팠는데, 이장을 하던 사람이 우리보고 와보라고 하더라고요. 가서 보니 아버지 머리 뼈 중 왼쪽 두개골 뼈가 없더라고요. 아버지가 생전에 항상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결국 경찰에게 맞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살아계실 때 한 번은 아버지가 엄마한테 '내가 오래 못 살 것 같다. 너무 맞아서 골이 흔들흔들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딸 시신 김치통 보관' 부모에 학대치사 미적용 왜?딸 시신 3년간 숨기고 양육수당 챙긴 부모 구속 / 검찰의 영장 청구 과정에서 ’학대치사’ 혐의 제외 / 예방접종 안 하고 혼자 두는 등 ’방치’ 혐의 추가 / 친모 '딸 갑자기 숨졌다'며 살해 혐의 부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딸 시신 김치통에 보관한 엄마·아빠 구속…아이 머리뼈에는 구멍도최씨는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신의 본가 빌라 옥상에 유기하고 양육수당 등 300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과수는 딸의 머리뼈에서 발견된 구멍에 대해서 '생김새 등으로 봤을 때 사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2002와 2022, 월드컵 속 변한 것과 그대로인 것카타르에서 대표팀이 과거와는 다른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준 거처럼 월드컵을 즐기는 사람들의 자세도 전과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과에만 집착해 선수들을 비난하던 예전과 달리 결과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 감동하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영상] '국가는 뭘 했는가' 이태원 참사 후 아버지의 한 달'10월 29일 그날로 돌아간다면, 제가 그 현장에서 참사를 당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25)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딸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아주고 싶지도 않은' 심정이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