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만큼이나 질긴 그 이름, '윤중로' 여의서로 여의도_벚꽃길 여의도_봄꽃_축제 성낙선 기자
이 정도 되면 바퀴벌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약을 놓아도 어디선가 계속 기어 나온다.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속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두면, 온 세상에 넘쳐날 게 뻔해 다시 한번 약을 친다. 약을 치는 심정으로 쓴다.며칠 전 인터넷으로 기사를 훑어보다가 흠칫했다. 한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아니면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는, 그놈이 모니터 위를 쓱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다가 다시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이놈은 살아 있는 생물도 아니면서, 피와 심장을 가진 것들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이쯤 되면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 말이 얼마나 친숙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후 윤중제가 일본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서울시는 1986년 윤중제를 '여의방죽'으로 명칭을 변경됐다. 비슷한 시기에 윤중로 또한, 마포대교와 서울교를 가운데 두고 동쪽은 '여의동로'로, 서쪽은 '여의서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로써 마침내 윤중로와 윤중제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그런데도 그놈의 윤중로가 올해 여의도에서 4년 만에 다시 벚꽃 축제가 열리는 시기를 틈타 여기저기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중로가 눈에 띄는 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이놈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착각이었다. 그 사이 코로나 때문에 벚꽃 축제가 중단되면서 잠시 모습을 감추었을 뿐인데 말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인터넷에서 윤중로를 표기한 기사들을 찾아봤다.- [날씨] 서울도 벚꽃 개화...
그는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일제 식민 통치의 상징인 벚꽃이 만개한 것을 볼 때마다 꽃을 보고 마냥 즐기지 못하고 역사적 아픔을 상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퍼진다"며, "일제 잔재인 '벚꽃축제'의 명칭을 '봄꽃축제'로 바꾸고 무궁화 나무심기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해 무궁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벚꽃을 일제의 상징으로 보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여의도에 심은 벚나무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윤중로'가 '여의동로'와 '여의서로'로 바뀌고, '윤중로 벚꽃 축제'가 '여의도 봄꽃 축제'로까지 바뀐 마당에 언론사에서까지 계속 '윤중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
정상인 언론사라면 누군가 윤중로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그 말이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일본말을 자꾸 되살려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넘어서, 조만간 축제가 열릴 예정인 여의서로를 지나간다. 아직 이른 시기인데도, 벚나무에 벚꽃이 꽤 풍성하게 피어 있다. 이 풍경을 보려고 축제와 상관없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여의도를 찾는다. 4년 만에 열리는 올해 축제 기간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벚꽃을 식민 통치의 상징으로 보고 있는 홍문표 의원에겐 볼썽사나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홍 의원도 되돌아봐야 할 게 있다.홍 의원 역시 자신의 기고문에 "요즘 여의도 윤중로 또한 화려한 벚꽃으로 치장이 한창"이라고 썼다. 아마도 윤중로가 어떤 말인지를 모르고 쓴 것 같다. 윤중로를 쓰지 않았다면, 그의 말에 좀 더 무게가 실렸을 법하다.
이런 걸 보면서 윤중로가 얼마나 질긴 놈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나 또한 윤중로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안 뒤로는 두 번 다시 쓰지 않는다. 누구 말대로, 이제 "윤중로는 없다", "쓸 필요가 없다". 올해 벚꽃 축제는 여의서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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