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수고 불 지르고…계좌동결에 뿔난 레바논 시민들 은행 공격
김상훈 특파원=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달러화가 바닥난 레바논 은행들이 장기간 예금인출을 막자 격분한 예금주들이 은행을 공격하고 있다.50여 명의 예금주는 예금인출을 막은 은행을 성토하면서 지점 출입문 유리를 망치와 곡괭이, 돌 등으로 부수고, 출입문 앞에 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이번 은행 지점 공격은 시민들의 예금 인출 허용을 지지하는 단체 '예금자 절규'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뒤 베이루트 곳곳에서 벌어졌다.
과격한 항의에 동참한 파스칼 알-라이시는"그들은 3년 전에 우리의 돈을 압류하고 훔쳤다"며"우리 중에는 수백만 달러 현금의 주인이지만 정작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분개했다.그는"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우리는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루트의 바다로 거리에 있는 한 은행에 돌을 던진 여성은"은행들은 내 생명줄을 훔쳐 갔다. 우리는 배가 고픈데 그들은 문을 닫았다. 그들은 우리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소리쳤다. 중동에서 보기 드물게 자유와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던 레바논은 지난 2019년부터 경제 위기에 빠졌다.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속에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치솟고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이후 3년여간 물가는 400% 이상 뛰었고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끝 모를 폭락세를 이어왔다.최근 1달러당 파운드화 환율은 8만으로 이달 초 6만에서 30% 급등했다.2019년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후 은행들은 예금 인출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달러화 자산이 바닥난 은행들은 달러 계좌 예금자들의 돈을 내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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