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갖고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소통의 싹이 자랍니다
동물을 치료하는 업은 소아과 의사와 가장 비슷하다는 말을 듣는다. 어린 아이가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표현할 수 없는 점이 말 못 하는 동물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수긍이 간다. 통증이 심한 말이 온몸으로 아픈 것을 표현하며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어쩐지 마구 울기만 하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한때 나는 오만가지 케이스에 대한 증상을 백과사전처럼 내 머릿속에 밀어 넣는 것이 까마득해서, 동물 언어를 번역하는 걸 배우는 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영험한 해석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고, 그럴 시간에 공부나 더 하자며 책이나 다시 뒤져보게 되었지만 말이다. "너,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다쳐서 온거야? 말아. 말을 좀 해봐라!" 당연히 나보다 주인이 원인을 훨씬 더 샅샅이 찾고 이유가 더 궁금할 것이기에, 주인이 모르면 나도 알 방법은 없다. 비밀은 말 본인만 알고 있다. 하지만 2차 말 전문 동물병원인 우리 병원 입원실은 상황이 다르다. 여러가지 질환으로 집중 관리를 요하는 말들만 입원해 있는 중환자실과 다름 없기에 이곳은 면밀한 관찰을 요한다. 분명 낮에는 펄쩍펄쩍 뛰며 활력이 넘쳤는데, 오후가 되니 누워서 헐떡거리는 상황도 흔하다. 그래서 이곳은 지속적인 체크와 관찰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입원 일수가 길어질수록 개체에 대한 이해는 두터워지며 말이 평소와 다를 때를 조금 더 세세하게 감지하기 쉽다. 비법은 딱히 없다. 그저 시간과 관심이다. 그 경지의 어느 시점이 쭉 이어지면, 어쩌면 정말 내가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입문 자격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반면에, 사람과 사람은 언어로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시간을 쏟아 가면서 어린 아이 보듯이 상대의 행동을 애쓰면서 관찰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때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동물과 사람의 소통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어느날 문득, 언어로 표현하기를 꺼리고 표현하는 법도 모르는 그 '사람'이 어린 망아지같아 보여서 그 마음이 갑자기 궁금한 날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타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 어제와 오늘의 변화, 표정의 변화를 마치 중환자실의 망아지를 보는 것처럼 살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타인에 대한 내 선입견은 철저히 배제하고, 그저 나는 '휴먼 커뮤니케이터' 직업인이며 '나의 목표는 저 사람의 행동 언어를 해석해 보는 것이다'라고 설정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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