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바꿔놨다. 어린이의 세계도 다르지 않았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마스크와 지낸 아이들은 ‘마스크 없는 친구 얼굴’을 떠올리기 어려운 세대가 됐다.
초등학생들이 19일 서울 마포구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서 코로나 발생 3주년 동안 ‘마스크와 코로나’가 어땠는지 이야기한 후 활동으로 자신 혹은 친구의 마스크 안 쓴 얼굴을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에 자리 잡은 ‘도토리 마을 방과후’ 교사 자두가 질문을 던지자 19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어 남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보였다. “지금 4학년 형님들은 학교 갈 때 마스크 쓰지 않았을 때가 있었대.” 자두가 말하자 아이들이 사이에서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자두가 다시 물었다. “학교에서 어때? 요즘 신나게 놀아?” 아이들이 서로 답하겠다고 소리쳤다. “절대 아니에요. 시간이 너무 짧아요.” “우린 10분이야.” “무슨 소리야. 우린 5분이야.” 소리가 겹겹이 쌓였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차는 확연했다. 이겸이에게 코로나19는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이겸이는 코로나19를 생각하면 ‘중국’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중국에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겸이는 뉴스를 보는 엄마의 얘기를 듣고 코로나19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 생겼을 때 삼촌이 걸렸는지 걱정됐어. 외삼촌이나 외숙모가 걸려서 돌아가실까봐.”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엔 공포가 더 커졌다.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이겸이는 “유치원에서 마스크 썼을 때 코가 답답해서 잠깐 내리고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후회된다”고 했다. 아픈 경험을 또 하게 될까 무서운 이겸이는 당장은 마스크를 벗지 않을 계획이다. “엄마·아빠가 꼭 벗으라고 하지 않는 이상 꼭 쓰고 다닐 것 같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마스크 의무화도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눴다. 예성이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게 된 순간을 또렷이 기억했다. “6살때쯤이었는데 놀고 있는데 미세먼지라고 마스크를 쓰라고 했어. 근데 뉴스를 보니까 코로나라고 하는 거야. 엄마한테 코로나가 뭐냐고 물어봤어.” 로한이도 “원래 미세먼지 있을 때만 마스크를 썼는데, 코로나 때문에 써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는 했지만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연서는 마스크로 인한 불편함을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끄러움 많이 타는 사람은 작게 얘기하고 싶은데, 크게 얘기해야 하니까 뭔가 하기가 그랬어.” 상준이는 대뜸 “나는 이게 습관이 돼 버렸는데? 난 집에서 잔다고 하면 마스크 쓰고 잘 수도 있어”라고 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코로나19는 더는 여행, 영화관람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데 별다른 제약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시간은 반 박자 천천히 흘러간다. ‘코로나가 끝나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하고 있는 소소한 것들을 꼽았다. 세온이는 “영화를 보고 싶어”라고 답했고, 지원이는 “마스크 때문에 숨이 차서 못하던 축구를 다시 하고 싶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곤충동아리 회원이라는 주원이는 들뜬 목소리로 “동아리 애들이랑 인도네시아 가서 도마뱀을 잡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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