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 작가의 신작 소설집 '두리안의 맛'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캉스를 즐기러 떠난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다른 여성들의 고충을 발견하며 감정노동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의경 작가가 신작 소설집 을 출간했다. 은행나무 제공마흔한 살이 되던 해, ‘나’는 혜수에게 호캉스 를 가자고 한다. 서른살 때 ‘나’와 혜수는 마흔이 되면 유럽으로 우정여행을 떠나자고 약속한 적이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졌으니, 최고급 호텔에서 2박3일을 보내고 싶었다. 1박에 100만원이 넘는 숙박비는 평소 같았으면 부담스러웠을 금액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침 달갑지 않은 공돈이 생긴 터라 호캉스 로 빨리 이 돈을 써버리고 싶기도 했다. 주저하는 혜수를 설득해 떠난 대망의 호캉스 날, 적당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은 기대 이상이었다. 통창과 대리석 바닥, 넓은 침대, 방 안에 자리 잡은 자쿠지와 습식 사우나끼지. 호텔은 ‘힐링’을 위한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혜수는 좀처럼 호캉스 를 만끽하지 못하고, ‘나’ 또한 그런 혜수를 보며 짜증과 우울감이 몰려 오기 시작한다.
장편소설 소설집 등을 통해 노동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온 김의경 작가의 신작 소설집 이 출간됐다. 수록된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공장에 출근하고, 부품처럼 부려지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수록작 ‘호캉스’에는 판매직·서비스직에 종사하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씁쓸하고 고된 현실이 그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서로를 헤아리는 노동자들 간의 연결, 자본이 만들어놓은 착취의 구조에 작은 균열을 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무살 무렵, 대학 구내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나’와 혜수는 이후 화장품 가게, 보드게임 카페, 옷 가게 등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쩌다 하게 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나’는 백화점 와인매장, 혜수는 속옷 매장의 직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나’와 혜수는 일을 하면서 서비스직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난다. 호캉스의 첫날에도 혜수는 입어본 팬티를 교환해달라는 진상 손님을 만난 이야기를 토로하며 “수치심도 없는 것들”이라고 씁쓸한 감정을 토로한다. 그 말에 ‘나’는 “수치심이 없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를 치부를 드러내 보여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우연히 진상손님에게 룸메이드가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는 내내 마음에 걸려 한다. 급기야 침대 시트도 스스로 정리하고 수건으로 바닥을 훔치고 칫솔로 변기를 문지른다. ‘나’ 또한 혜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내심 답답하다.
타인을 소모하면서 얻는 자본주의적 쾌락에 대한 주저함은 표제작 ‘두리안의 맛’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파워블로거인 윤지는 팸투어로 난생 처음 태국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윤지를 포함한 팸투어 참가자는 마음껏 공짜 여행을 즐긴 뒤 블로그를 비롯해 SNS에 태국 여행을 홍보하면 됐다. 윤지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스노쿨링꿀잼 #내생애최고의여행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올렸다. 즐거운 순간도 있었으나 코끼리 트래킹, 열일곱살 마사지사에게 받는 마사지 등은 윤지의 마음에 우울한 감정들을 일으킨다. 피와 진물이 흐르는 코끼리의 등, 남성 관광객의 등 위에 올라탄 어린 마사지사의 모습에 윤지는 여행 초반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힌 채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밖에도 ‘순간접착제’ ‘시디팩토리’ ‘유라TV’ 등 수록된 작품들은 차가운 현실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야 하는 이들의 삶을 묘사하면서도 은은한 온기를 잃지 않는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주변의 약자를 끝내 외면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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