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곳곳에 유령처럼 남은, ‘먼저 간 사람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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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곳곳에 유령처럼 남은, ‘먼저 간 사람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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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령을 믿지 않지만 유령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 텅 빈 존재가 지나갈 때 즉물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 우리의 뒷덜미를 으스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으스스함으로 우리는 돌아보게 되고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 유령은 생각하게 하는 존재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에는 으레 유령들도 존재한다. 이리나는 남극 곳곳에서 유령의 존재를 느꼈고 그것은 주로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흔적과 관련 있는 듯했다. 유령을 보았다는 말의 놀라움은 이후 떠난 이들에 대한 애도로 이어졌다.사실 이곳에 온 내내 내 평온을 간섭하는 하나의 장면이 있었다.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평전에서 읽은 대목인데 배가 좌초되어 죽음의 문턱을 넘은 선원들이 가까스로 육지에 닿자 공포에서 벗어난 긴장과 분노를 펭귄들을 살생하며 풀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남극을 탐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펭귄을 요리해 먹었지만 그 살생은 폭력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인간을 한번도 본 적 없었을, 그래서 위험의 정도를 가늠조차 할 수 없었을 생명들은 오직 분노의 발산을 위해 희생되었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륙, 여름 볕 아래 생동하는 오늘의 남극은 그런 죽음의 이야기들을 곳곳에 품고 있었다.

점심에는 대기팀과 함께 가야봉의 고장 난 기상 타워를 철거하러 나섰다. 몇해 전 이산화탄소 측정을 위해 홍 선생과 카밀라 언니가 설치했지만 인정사정없는 남극풍으로 수명을 다한 것이었다. 나들이하듯 가자고 해서 가뿐한 기분으로 집결 장소로 갔는데 홍 선생이 왜 이렇게 얇게 입고 왔느냐고 물었다. 맑은 날에도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춥다는 말이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약간 애매하게 웃으며 나는 답했다. “아니, 안 돼요. 더 두텁게 입고 와요.” 할 수 없이 방으로 가서 가장 두껍다 자부하는 바지를 입고 돌아갔다.“그건 무슨 바지예요? 내가 평소에도 작가님이 저 바지는 뭔데 입고 다니나 궁금했거든요.” “제가 사온 등산바지인데요.” “아니, 안 돼. 기지에서 대원들한테 지급한 복장 그대로 입어야 고생 안 합니다. 갈아입고 오세요.” 또 퇴짜를 맞은 나는 방으로 가서 연구소에서 대여해준 바지를 입고 왔다. 이제는 됐겠지 싶었는데 홍 선생이 놀라며 그것밖에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요, 작가님, 우리도 외피는 꼭 입어요. 입고 안 입고의 차이가 무척 크거든요.” 카밀라 언니가 말을 보탰다. 그때까지 나는 이 멜빵바지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며 옷장에 고이 걸어두고 있었다. 또 터덜터덜 돌아가 외피를 입고 내려왔다. 홍 선생은 드디어 합격점을 주었고 카밀라 언니가 웃으며 핫팩을 건넸다. 기온이 영상 4도 정도인데도 보온에 신경 써야 하는 건 바람 때문이었다. 남극 내륙 기지와 이곳 모두를 경험한 대원이 차라리 추운 장보고 기지가 지내기는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세종 기지 바람은 악명 높았다. 나갈 때마다 두들겨 맞은 듯 두 뺨이 얼얼해져 돌아왔다.바람은 평소처럼 강했지만 날도 맑고 정다운 소풍길 같았다. 멀리서 들리는 빙벽 무너지는 소리도 더 이상 나를 놀라게 하지 않았다. 이제 그 모든 것은 일상이었다. 세종 기지는 여러 산봉우리에 포근히 둘러싸인 모양새이고 각 지형에는 한글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가야봉 등반은 계속 이어져, 홍 선생은 호수 주변 식생을 관측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정상을 향해 올랐다. 구릉이 펼쳐지면서 절벽 아래 해안가 절경이 나타났고 나는 탄성을 질렀다. 거기에는 흰 구름을 몰고 와 자갈해변에 계속계속 부려놓는 바닷물이 있었다. 산꼭대기가 가까워지자 바람은 더더욱 강해졌다. 마치 수십대의 헬리콥터가 하강하고 있는 듯했다. 바로 옆에서 말하려 해도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기상 타워 철거라는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는데 나는 풍광에 매혹돼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구름과 바다와 바람과 식물들이 내게 들어와 어떤 것은 지우고 어떤 것은 채워넣고 있었다. 내가 하는 생각과 완고한 마음은 지우고 자연의 동력과 빛을 불어넣고 있었다. 여기서 종일 바다와 하늘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남극은 2인 1조였다. 나는 곧 일행을 뒤쫓아갔다.안드레아와 벡터, 카밀라 언니와 원파고는 이미 기상 타워를 해체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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