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으로 테니스장이 덮여 쉬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흔적을 보면서 떠오르는 과거의 감동적인 사건들이 힘을 주었다.
밤새 내린 눈이 소복소복 쌓여 창밖으로 하얀 겨울왕국이 펼쳐진 느긋한 일요일(5일) 아침이다. 이런 날은 테니스 코트에 눈이 쌓이고 바닥이 얼어서 테니스를 칠 수 없다. '오늘은 밀린 잠이나 더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서 눈 구경하며 따뜻한 커피나 마셔야지.' 모처럼 눈을 핑계로 테니스 레슨을 쉬고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베란다 창밖으로 눈 내린 풍경을 빼꼼히 내다보고는 얼른 온기가 남아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다시 잠이 들려고 비몽사몽이던 찰나에 휴대전화가 진동이 울렸다. '아침 댓바람부터 누가 문자를 보내지?' 귀찮은 마음에 잠이 깰까 봐 한쪽 눈만 실눈을 뜨고 카톡을 확인한다. '회원님들. 코트에 눈이 많이 쌓이고 있어요. 시간 되는 분들은 지금 테니스장 으로 나와 주세요.' 회장님이 혼자 테니스장 의 눈을 치우면서 긴급하게 보낸 문자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른 척 잠들려는 찰나 이 상황과 비슷한 일이 문득 떠올랐다.
작년 12월 대통령의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계엄을 발표한 이후 계엄 해제를 위해 긴급하게 소집된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집결하던 긴박한 상황에서 야당 대표의 다급한 목소리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 주십시오. 늦은 시간이지만 국민 여러분이 국회를 지켜 주셔야 합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지체 없이 여의도 국회 의사당으로 한밤중에 달려갔고 맨몸으로, 총기로 중무장한 군인들을 막아섰다. 국회 의사당 안에서는 보좌관들과 당직자들이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고 계엄군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저지하고 있었다. 용기 있는 시민들의 목숨을 걸고 계엄군을 막아내는 동안 국회에서는 긴급하게 표결이 진행되었고 계엄 상황이 극적으로 해제되었다. 온 국민이 실시간 뉴스를 통해 총기를 든 군인과 대치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용기와 행동하는 양심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수많은 시민이 서로 연대하기 위해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국회의사당 앞 시위는 전국의 탄핵 촉구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8개 농민단체 연합체 투쟁조직인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렬이 경기도 과천 남태령역 부근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서울로 전진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전봉준투쟁단'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해 사회 대개혁을 위해 결집한 농민단체 투쟁 조직이다. '전봉준투쟁단'은 각각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전라남도 무안과 경상남도 진주에서 출발해서 시위를 위해 서울로 트랙터 대행진을 시작했었다.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경기도 과천 남태령에서 경찰의 저지로 더 이상 서울로 전진하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을 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한 문장의 글이 긴급하게 올라왔다. '여러분, 농민 트랙터가 서울의 길목에서 막혔어요.'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다급하게 한 명 두 명 남태령에 집결했고 차벽으로 막아선 경찰과 영하의 강추위에도 밤샘 대치를 하며 규탄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따뜻한 팥죽과 생수, 간식을 보냈고 주변 음식점과 카페에 선결제로 시위대에 힘을 보탰다. 결국 경찰은 29시간 만에 도로 봉쇄를 해제했고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시위대는 서울로 입성할 수 있었다. 한 명의 간절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장을 일으켜 연대의 물결을 만들고 그 힘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큰 파도가 되었다. 오가는 연대의 마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다가 불현듯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테니스장에 나갈 채비를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자. 나중에 미안하지 않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장갑을 챙겨서 하얀 입김을 불며 눈 내리는 테니스장에 나갔다. 벌써 회원 여러 명이 나와서 눈이 가득 쌓인 테니스장 코트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회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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