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의 내면에는 절로 고귀한 이 모든 품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모든 선의...
“전하의 내면에는 절로 고귀한 이 모든 품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모든 선의 원천인 창조주를 본받아 더없이 자애로운 주피터의 별에서 이 모든 품성이 유래했음을 모르는 자 누가 있겠습니까? 전하가 탄생하셨을 때, 지평선의 어두운 안개를 뚫고 중천으로 솟아올라 왕실의 동편을 비춘 별이 바로 목성이었습니다.” 다소 낯 뜨거운 이 헌사를 쓴 사람은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이다. 여기서 ‘전하’는 토스카나 지역의 실력자인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2세였다. 이 헌사가 실린 는 1610년 3월에 출판된 책으로,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과 은하수 등을 관찰한 결과를 싣고 있다. 특히 목성의 위성 중 4개를 처음으로 관측해 여기에 ‘메디치의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갈릴레이의 경우뿐만 아니라 근대과학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데는 개인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과학이나 과학자라는 말 자체가 없던 시절이니 당연하기도 했다. 현대과학에서도 개인의 후원이 없지 않으나 과학 활동을 기본적으로 ‘후원’하는 주체는 국가로 바뀌었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을뿐더러 연구 자체를 계속 진행하기도 어렵다. 17세기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목성의 위성을 찾는다고 해서 직접 돈이 되지는 않는다. 21세기의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머나먼 우주공간에 망원경을 띄워 갈릴레이의 과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는 지금까지 대략 10조원의 자금이 투입되었다. 개개의 과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불행히도 20세기 이후에는 이른바 빅 사이언스가 등장해 과학 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이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전 세계 연구기관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27년 만에 한국 특집판을 발간했다. 코로나19 초기에 한국이 진단키트 등으로 신속하게 대응해 인상적인 성과를 낸 것이 한 동기로 작용한 것 같다. 여기서 네이처는 한국이 블룸버그 2020년 혁신지표에서 독일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들 중 하나가 된 이유로 고도로 집중화된 연구·개발비를 꼽았다. ‘네이처 인덱스’가 소개한 2018년 자료에 따르면 그해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4.5%로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였다. 이 수치는 2021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져 당해 연구·개발비 총액은 102조1000억여원 수준으로 세계 5위, GDP 대비 비중은 4.96%로 세계 2위에 해당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0.15%포인트가 증가한 결과였다.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결과도 충격적이지만, 그 과정 자체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올 3월만 하더라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차 국가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진입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연구·개발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으로 유지하며 연구·개발에만 5년 동안 17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연평균 34조원으로 내년 예산액 25조9000억원과는 차이가 아주 크다. 그로부터 석 달여가 지난 6월 말 국가재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학계 카르텔’이라는 말도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비중이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았다. 앞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브리프51’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중에서 재원별로 따졌을 때 정부와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23.6%로 프랑스의 35.2%, 영국의 31.9%, 독일의 30.1%보다 낮다. 연구수행 주체별로 따져봤을 때는 대학의 비중이 9.1%로 영국의 23.5%, 프랑스의 20.2%, 독일의 18.7%는 물론, 11%대인 미국과 일본보다도 낮다. 또한 연구·개발 단계별로 따졌을 때 기초 연구·개발비가 14.8%로 프랑스의 22.7%, 영국의 18.3%보다 낮다. 반면 개발·연구비는 64.2%로 압도적으로 높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우리의 연구·개발은 민간기업 중심으로 상품화와 직결되는 최종 연구 단계에 집중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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