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떠나보낸 여자가 낯선 도시로 떠난 이유 영화 전석호 김남희 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 박하선 조영준 기자
지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김희정 감독의 영화 를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 소설집 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하나인 동명의 소설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갑작스레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의 아내 명지를 통해 남겨진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명지의 시선으로만 꾸며져 있는 소설의 내용을 조금 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할 수 있도록 각색했고, 영국 에든버러로 지정되어 있는 공간을 폴란드의 바르샤바라는 도시로 옮겨왔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바르샤바 곳곳에 애도를 위한 공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도시이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한다.
황망한 상실 이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침대에 누워 있는 신체적 모양으로 동일하게 그려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두 사람의 감정이 다르지 않음을 시각적으로 먼저 제시하고 표현하는 방식이자, 슬픔의 모양이라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이 누워있는 장면의 의미가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과거의 시간 속에 여전히 발이 묶인 채로 슬픔과 고통을 계속해서 묻어가는 과정이며 이제 사라져 버린 존재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조금 다르다. 한 사람은 낯선 도시에서의 경험과 장면들을 통해, 또 한 사람은 곁에 남은 다른 사람의 애정과 도움으로 조금씩 회복해 간다. 명지 또한 자신이 향했던 도시에서 오래된 친구 현석을 만나게 되지만 그를 통해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존재에 의한 회복은 아니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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