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울증일까, 조현병일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난 우울증일까, 조현병일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조현정동장애 우울증 조현병 율림 기자

1년 정도 내원하던 정신병원에서 저를 담당했던 의사가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의사가 추천해 준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를 보게 되었죠. 새로 다니게 된 정신과의원의 의사는 제가 조현병이 아니라 우울증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어요.

제가 우울증만으로 고생하던 시기에는 쉽게 희망을 가졌습니다. 십 년 정도의 경험을 통해, 심하게 우울한 기간을 넘기면 나아지는 때가 올거라고 예측이 가능했어요. 정신질환에도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완치가 가능하다거나 좋은 때가 올 거라 단정해 말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입니다. 발병 후에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성격과 행동이 크게 바뀌기도 해요. 조현병의 역사가 시작되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에게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 재발이 될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조현병을 가지게 된다면 정신질환자로서 나름대로 정체성을 세우고 인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 생각 이후부터 저는 저를 '애매해게 아픈 정신질환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채 살았습니다. 나중에 조현병과 우울증 증상을 동시에 포함하는 '조현정동장애'라는 진단명을 접하게 되자 무척 기뻤어요. 제가 가진 정신질환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던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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