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이 교사인 내게 미친 영향... 영원한 스승, 홍세화 선생님 영면하소서
아이들은 그분이 누구냐며 서로 두리번거렸다. 학교 선생님 중 그런 분이 계셨냐며 수군거렸다.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내 삶의 푯대로 여겨온 그분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수업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교실 분위기가 순간 데면데면해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3선 개헌과 전태일의 분신 사망,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유신 독재정권의 숱한 만행에 대해 배워 잘 알고 있지만, 정작 그의 험난했던 삶과 연결 짓지 못했다. 그저 '역사'로 기억할 뿐, 당시 사람들의 '삶'이 배제돼서다. 아이들은 그 '역사'를 수많은 '홍세화'들이 써 내려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교내 여러 행사가 겹쳐 학급별로 진도가 들쭉날쭉해 조정도 할 겸, 내친김에 홍세화를 주제로 한 계기 수업을 진행했다. 개인적인 인연과 오래전 학교에 초대해 선배들과 만남을 가진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아이들과 함께 그를 추모하기로 했다. 마치 그의 호인 양 '귀감'이라는 두 글자를 칠판에 적으니 왠지 울컥했다.
몇 해 뒤 그에게 강연 요청을 드렸다. 학교 도서관 업무를 배정받은 직후, 명사 초청 강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때였다. 지방의 고등학생들에게 저명한 인사를 모시고 인문학의 향기를 누리게 한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내심 입시 공부에 찌든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면서도, 애꿎은 아이들만 탓하는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모습을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문제 삼으려면, 기성세대의 성찰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와 교사가 지녀야 할 솔선수범의 교육적 책무를 은연중에 강조하는 일갈이었다.그는 강의 내내 아이들에게는 관대했고, 교사에게는 가혹했다. 민주적이지 않은 학교에서 민주시민을 육성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질타하며, 교사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인식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이어야 함을 줄곧 강조했다.살아생전 그가 책과 강연과 대화를 통해 내게 건넨 귀한 가르침이다. 그와의 인연이 맺어진 뒤 책상 앞에 붙여놓고 좌우명 삼고 있다. 비루한 일상에 치여 이따금 나약해질 때마다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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