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전문직이라는 인식은 결국 착각이거나 허상이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조금 전까지 기자는 전문직이 아니라고 해놓고 무슨 말 바꾸기냐 싶겠지만, 허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달아(기자협회보 기자)
10년 전 기자가 막 됐을 때 직업란에 ‘전문직’이라고 쓰곤 했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명쾌한 이유를 대지는 못할 것 같다. 그저 고등학생일 때부터 기자를 꿈꿔온 내 머릿속에 이 직업은 전문직으로 박혀 있었다. 기자가 되는 과정은 ‘언론고시’로 불릴 만큼 바늘구멍이니까, 기자가 되어서도 혹독한 수습 생활을 거쳐야 하니까, 취재와 기사 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니까,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니까.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근거 삼아 전문직이라고 여긴 듯하다. 그렇다면 요즘은? 망설임 없이 ‘회사원’으로 적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회사에 고용되어 매달 봉급을 받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입사 초반엔 전문직이 된 듯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이 전문적인가? 물론 취재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뉴스 가치를 발굴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니다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국가 자격·면허 등이 존재하나? 아니다. 사회적 특권을 누리나? 과거에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니다. 특권은커녕 일상적으로 쓰레기에 비유되는 요즘 기자들을 보면 기자는 전문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장취재 없이 컴퓨터 앞에서만 수습 기간 보내기도 나는 이 결론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일단 그때보다 기자 되기가 수월해졌다. 대형 언론사 입사는 여전히 고시만큼 어렵지만, 매체 수 자체가 크게 늘어 전체적으로 기자 채용 문턱이 낮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매체는 2012년 1만4500곳에서 2021년 2만3700곳으로 10년 새 50% 넘게 증가했다. 현장취재 경험 없이 컴퓨터 앞에서만 수습 기간을 보내고 곧바로 정식 기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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