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를 읽고
손이 느린 편인 나는 초보 주부일 때 밥 하기가 가장 고역이었다. 두부조림이나 콩나물무침 같은 간단한 반찬을 만들 때에도 씻고, 자르고, 데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는 식구들 모습이야 뿌듯했지만 눈 깜짝할 새 바닥나는 음식들을 보며 다음 끼니는 또 얼마나 오래 고생해야 하나 속으로 한숨짓곤 했다. 덜 힘들고 싶어 음식을 쉽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귀를 쫑긋 기울였다.
간단한 조리법의 이점을 일깨워 준 헬렌 니어링을 잊지 않고 있던 터에 최근 그의 에세이 를 발견하고는 오랜 친구와 재회한 듯 반가웠다. 이 책은 헬렌이 그의 나이 87세 때, 남편과 함께한 53년의 삶을 회고하며 쓴 에세이다. 요리책에서는 다 드러나지 않아 궁금했던 그와 남편의 살아온 궤적을 자세히 엿볼 수 있었다. 에세이로 접한 헬렌 니어링의 진짜 모습은 요리책을 통해 짐작했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한가로이 목가적 생활을 영위하는 여성이리라 예상했건만, 실제 그의 삶은 파격과 치열에 가까워 놀라웠다. 헬렌은 이런 남다른 결정이 부모님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부모는 미국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으로서, 마을사업에 관심이 높고 각종 사회봉사 및 지역 교육단체 활동은 물론 동물학대방지협회 일에 참여하고 있었다.
중요한 인생의 변곡점에서 일신의 영달이 아닌, 자신이 믿는 가치를 과감히 밀고 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적 배척에도 신념대로 우직하게 살아내는 스코트와 그의 신념을 공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조력자 헬렌. 책을 쓴 헬렌에 따르면 그 둘은 독립적이면서도 일체감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면서 53년을 해로한 이상적인 부부였다고 자부한다. 100세 생일을 지나자 스스로 기꺼이 그리고 편안하게 몸을 버리는 기술을 실천했다. 건더기가 있는 소식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주스 같은 음료만을, 그다음엔 물만, 그리고 마지막엔 물마저 끊는 단식을 하며 천천히 죽음에 이른 것이다. 헬렌은 그 죽음이 '느리고 품위 있는 에너지의 고갈이었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었다'라고 묘사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상계파 힘 쓰는 형이 상주” 빈소서 목격한 조폭 인증법이 현장은 전직 조폭이 기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알게 됐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들어서자 탄성 터져나온 이 곳, 꼭 한번 가보세요[부부 둘이 용감하게 배낭여행] 마드리드 인근 도시 세고비아와 톨레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설치미술가 김범의 작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12월 3일까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밀정, 조선귀족, 일제의 나팔수…조사관이 되어 친일파를 추적하라내가 잡고 싶은 친일파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두 개의 글감으로 예술가와 철학자가 되는 시간서학 예술마을 도서관 체험 프로그램 '예술을 쓰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