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사무엘 베게트의 책 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책 제목의 '고도'가 '古都'인 줄 알았다. 내 곁에 있던 친구는 '高度'일 거라고 말했다. 둘 다 얼토당토않음을 알고 한참을 웃었다. 언어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독서에 걸림돌이 된다. 책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 해가 지났다.
학창 시절, 사무엘 베게트의 책 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책 제목의 '고도'가 '古都'인 줄 알았다. 내 곁에 있던 친구는 '高度'일 거라고 말했다. 둘 다 얼토당토않음을 알고 한참을 웃었다. 언어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독서에 걸림돌이 된다. 책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 해가 지났다.
연극이나 영화의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원작을 먼저 찾아 읽는 편이다. 그래야 연극이나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연극이나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으면, 독서의 즐거움이 줄어든다. 책을 읽는 동안 연극이나 영화의 장면이 떠올라 상상하는 재미가 덜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를 본방으로 흥미롭게 시청했다. 그 후 원작 를 읽으려고 했더니 잘 읽어지지 않았다. 독서하는 동안, 텔레비전에서 봤던 영상이 아른거려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5년쯤 지난 후에야 정상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여름 한낮 기온이 35도를 기록하던 날 오후, 서울 혜화역에 내려서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아트원씨어터'에 도착했다. 김기하 연출가를 비롯해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가 연세가 높으신 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나처럼 오랫동안 고도의 의미를 몰라 헤매다가 느지막이 온 사람들이라선지, 관객 대부분이 머리가 허옇다. 관객 중 다수가 꽃다발을 준비해 온 것으로 봐서도 연출가나 배우의 또래친구임이 확실했다. 무대 조명이 켜지자, 텅 빈 시골길에 한 그루 앙상한 나무가 서 있다. 거지꼴을 한 늙은 방랑자 한 명이 바위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기려고 한다. 애는 쓰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 곁에 마찬가지로 누더기 차림의 노인 한 명이 다가온다. 오랜 친구 사이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신발을 벗는다. 둘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주고받는다. 권태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여러 날을 기다려도 온다던 고도는 오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쳐 앙상한 나무에 목을 매달 생각까지 한다.
모두가 하나마나한 얘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권태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두 방랑자는 고도를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고도는 오지 않는다. 한 소년이 나타나 고도가 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고도는 오지 않는다. 소년이 고도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아마도 고도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게 하려는 장치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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