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려는 분들은 센터에라도 오지만,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r베이비박스 아기
지난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로 우림시장 골목길 초입. 이곳에서부터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주사랑공동체’ 교회가 있다. 건물 옆쪽 반 층 정도 되는 계단으로 올라가자 외벽에 가로 70㎝, 세로 60㎝ 크기인 수납장 같은 공간이 보였다. 아이 이름·생년월일 등을 적는 메모지도 비치돼 있었다. 공간 위쪽엔 ‘당신이 이 아이 생명을 지켰습니다’ ‘끝까지 기도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글귀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를 위해 마련된 ‘베이비박스’ 다.벨 울리면 뛰어나가…상담실엔 샤워실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베이비박스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멜로디가 울린다. 보살핌이 긴급한 아이가 센터에 왔다는 신호다. 직원은 달려가 아이를 받는다. 박스 안쪽엔 부드러운 담요가 온열 매트 위로 깔리고 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부모는 시도 때도 없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 한 관계자는 “주로 밤처럼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온다고 생각하지만, 낮에 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는 조를 편성해 당직 근무를 한다. 서울연구원 조사결과 지난해 베이비박스를 찾은 임산부 중 20대 51.9%, 30대 28.3%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위기 영아 긴급보호센터에서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을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나운채 기자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이곳에서 돌보는 아이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0명대를 기록했던 5년 전보다 절반 이하까지 내려왔다. 센터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 처벌 효력이 사라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낙태죄 폐지 후속 법 제·개정은 미진하지만, 일단 ‘낙태 수술은 범죄’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게 영향을 줬단 취지다.숫자는 줄었지만, 도움을 청하며 센터를 찾는 아이와 부모는 꾸준하다. 지난 3일만 해도 오전과 오후 각각 1명씩 베이비박스에 담겼다. 이 중 한 아이 부모는 모두 10대로,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어 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태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아래 태어난 '요한'이도 지난해 7월 7일부터 베이비박스에서 자라고 있다. 심장 질환이 있는 요한이는 수술을 받는 데 3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해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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