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주 노동자를 돕기 시작한 계기는 2005년 이 사건이 결정적이었습니다.\r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인터뷰
가족이 아닌 이에게 ‘아빠’라 불린 건 처음이라며 송인선씨는 쑥스러워했다. 16년 전 베트남이주노동자 황흐딘을 도왔던 때를 얘기하면서였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황흐딘은 2007년 비전문취업 비자로 한국땅을 밟았다. 하노이 운전기사보다 돈벌이가 될 거란 판단에 경기도 시흥의 공장에 취업했지만 3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다가 프레스 기계에 손이 눌렸는데 의료진은 “여러번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낙심한 황흐딘에게 송씨가 손을 건넸다. 송씨는 수술부터 퇴원 후 통원 치료까지 보호자를 자처했다. 황흐딘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 결정에 대해 재심도 청구했다. 몇 달씩 병원 등을 오간 송씨의 노력 끝에 황흐딘은 장해등급이 8급으로 상향됐고, 보상금도 약 1000만원 늘었다. 황흐딘은 2009년 9월 귀국을 앞두고 서툰 한국어로 송씨를 ‘아빠’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의 감사인사였다. 송씨는 “지난 3월 황흐딘이 아들의 결혼 소식을 메신저로 전해왔다”며 “코리안 드림은 끝났지만, 한국생활의 마무리를 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기억했다.미얀마 봉사서 충격에 시작한 활동 송씨가 이주 노동자를 돕기 시작한 계기는 2005년 미얀마 의료봉사가 결정적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다가 현지인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이주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를 욕설을 섞어 비난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뒤 생계 걱정을 하던 가나인 마튼, 신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 중국동포 남매. 스치는 사연이 많아질수록 눈물을 머금고 퇴근하는 날이 늘었다. 갈수록 거세지는 재정 압박도 그를 괴롭혔다. 송씨는 활동을 멈추는 대신 방향을 바꿨다. 각기 흩어진 이주 노동자들이 리더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도록 했다. 모든 이주 노동자를 돌볼 수 없으니 자립을 도우려 한 것이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치른 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고, 이민다문화정책학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2011년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거점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지원을 받아 한국어 교육 등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단체 운영에도 숨통이 트였다.송씨는 불법체류자 문제도 목소리를 내는 분야 중 하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불법체류자는 41만4045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약 5분의 1에 이른다. 법무부·경찰청·고용노동부 등이 합동단속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게 송씨의 평가다. 그는 “합동 단속으로 불법체류자를 줄인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사다리형 임시 체류 허가 등 다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자 사회통합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지만 송씨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자신의 뒤를 이어 활동을 이어나갈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다. “전국 곳곳의 이주 노동자 중 상당수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요.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야 합니다.” 20일 16번째 세계인의 날을 맞은 ‘이주 노동자 아빠’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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