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좁고 어두운 곳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든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오래된 아지트도 할아버지의 낡은 옷장 한 칸이었다. 나는 매일 그 안에 들어가 숨을 죽인 채 바...
아이들은 좁고 어두운 곳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든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오래된 아지트도 할아버지의 낡은 옷장 한 칸이었다. 나는 매일 그 안에 들어가 숨을 죽인 채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듣다가 잠에 들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문고리에 매달린 나프탈렌 냄새를 맡으면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할 거라는 안도와 누군가 나를 찾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밀려왔다. 결코 고립이 아닌, 누군가 나를 수색할 수 있을 정도의 은신. 그 욕구가 바로 아지트의 정의였다.
어른이 되면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사게 되고, 그곳이 나의 영원한 아지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어린 시절 당연하게 여겼던 꿈이 사실은 실현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줄곧 길 위에 있었다. 서울은 이름 난 노상 아지트가 많았다. 명동 ‘아메리칸 어패럴’ 앞, 홍대 부근 ‘놀이터’, 신촌 공원. 그런 곳엔 늘 특별한 목적도 만날 상대도 없이 하루 종일 한자리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종종 그들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어른 되기’를 한없이 유예했다.번화한 거리가 아지트에 적합한 또 다른 이유는 그곳엔 항상 24시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이 될 때까지 길을 배회하다 첫차를 기다리기 위해 카페에 들어가면 나 같은 사람들이 모두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정말 사는 대로 생각했다. 오랜 시간 길을 배회한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나만의 아지트 같은 것을 꿈꾸지 않게 되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나와 같은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의 존재였다. 그들과 그들의 공간은 늘 격리되어 특정한 이름으로 불렸다. ‘ZARA’ 매장 옆 ‘디스코팡팡’에서 노숙하는 아이들은 ‘자라인’으로, 경의선역 주변에 모여 일본의 ‘도요코 키즈’ 문화를 모방하는 아이들은 ‘경의선 키즈’로,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자신들의 일상을 송출하는 인터넷방송 BJ들의 자리는 ‘전깃줄’로. 사람들은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입으로, 손으로 읊으며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을 이 거리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한 주장을 들을 때마다 나는 10년 전 운명을 달리한 ‘맥도날드 할머니’를 떠올린다. 한 방송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노숙을 하며 사는 부랑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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