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토론 아니라 숙론이 필요하다는 최재천 교수의 책
우리 사회에는 실로 다양한 갈등들이 있다. 보편적인 갈등도 있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갈등도 있고, 보편적 갈등이 한국이 처한 상황과 결합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갈등도 있다. 이념 갈등이나 지역 갈등처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갈등도 있는가 하면,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 같이 최근 들어 유독 심화되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갈등도 있다.
그는 우리식 토론은 논쟁, 경우에 따라 언쟁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토론이란 용어가 오염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숙론'을 제안한다. 이렇게 최재천 교수의 책 이 시작된다.동물행동학자가 숙론을 이야기한다는 게 의아했다. 최재천 교수는 자신이 50년 가까이 몸담은 분야에서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듯하다. 저자도 이를 의식했는지 도입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평생 동물들의 대화를 엿듣느라 귀 기울인 연구자로서 나는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에 관해서도 나름 깊이 숙고해왔다. 오랜 숙고 끝에 얻은 결론은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게 내가 얻은 결론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소통이란 조금만 노력하면 잘되리라 착각하며 산다.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니라 지난한 숙론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그는 교육 현장에 주목한다. 교육 단계에서부터 숙론이 체화되지 않으니, 숙론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모인 사회 현장에서 숙론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는 것.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봐도 맞는 말이다. 말 잘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은 아니다. 말 기술이 뛰어나 어떤 질문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화려한 표현으로 별 내용 없는 말을 포장하고, 공격적인 질문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건 누군가 보기엔 좋을 수 있지만, 숙론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간극을 좁히며 합의에 도달할 수도 없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앞세운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고, 여기에 경험담을 더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역설한다. 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숙론을 잘 이끄는 방법도 설파한다. 이 역시 진행자의 말 기술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목소리가 작은 이들의 발언권을 충분히 확보해주며, 자신을 낮춰 숙론 참여자의 적극적인 주장을 가능케 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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