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가회동 31번지. 폭 5m 남짓한 골목 양옆으로 기와에 처마, 돌담으로 구성된 집이 통일감 있게 늘어서 있다. 위에서 보면 집들은 거의 다 ㄴ자 혹은 ㄷ자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한옥의 전형. 이런 집이 빼곡한 언덕인 가회동 31번지는 북촌한옥마을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관광객에게 상당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남산까지 ...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백인제가옥’은 대표적인 친일 인사로 분류되는 한상룡이 지은 집으로, 복도나 창살 등 곳곳에서 일본풍이 나타난다. 허남설 기자
이제 북촌에서 서촌으로, 종로구 체부동 85번지. ‘토속촌’이란 유명 삼계탕집이다. 경복궁 일대 한옥을 구경하러 온 김에 들른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좌석 500여개도 모자라 벽면을 따라 긴 줄이 선다. 여러 번 가도 가게 구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문간을 넘어 마당 같은 곳으로 들어왔는데, 좁은 길을 지나 또 다른 문간을 넘어가게 한다. ㄴ·ㄷ자 한옥 여러 채를 합친 공간이라 그렇다. 그런데, 이 가게도 한옥인가? 한적한 집이 아니라 어수선한 식당이어서 그런지, 왠지 고고해야 할 것 같은 ‘전통 한옥’의 상엔 좀 안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선 토속촌은 ‘한옥의 공간적 변용을 통해 보존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투명한 재료나 우거진 나무로 덮어 아늑한 실내가 된 마당과 옛 골목길, 그럼에도 공간의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며 주거에서 상업으로 능동적으로 적응한 사례라는 거다. 백인제가옥도 마찬가지다. 일본식과 서양식을 좀 섞어서 만들었으면 어떤가? 사람이 편하게 살자고 짓는 게 집인데. 이 집을 지은 사람이 친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죄를 사람에게 물어야지 집에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정기황에 따르면, 한옥이란 말과 조선집이란 양식이 만난 건 1960~1970년대였다. 박정희 정권은 국립종합박물관 건설, 광화문 복원 등 콘크리트를 사용해 지금의 한옥 이미지와 비슷한 대형 건축물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 청량리 일대엔 조선시대 양반가옥을 충실하게 모방한 형태로 1만가구 넘게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한옥지구를 계획했다. 당시는 북한을 무척 의식할 때였다. 북한은 남한보다 먼저 평양대극장, 인민문화궁전 같은 한옥 형상의 건축물을 열심히 지었다. 체제 경쟁 속에 ‘전통 한옥’은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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