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쪽 끄트머리에 백사마을이란 동네가 있다. 1960~1970년대 서울시는 남대문, 용산, 청계천 등지에 빼곡했던 무허가 주택을 철거한 다음 철거민을 트럭에 실어 백사마...
서울 동북쪽 끄트머리에 백사마을이란 동네가 있다. 1960~1970년대 서울시는 남대문, 용산, 청계천 등지에 빼곡했던 무허가 주택을 철거한 다음 철거민을 트럭에 실어 백사마을 같은 변두리로 날랐다. 이 마을엔 아직 선대의 이주 서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수백 채 가옥은 군사정권 시절 판자촌 개량 사업을 벌일 때 썼던 붉은 시멘트 기와, 회색 시멘트 블록투성이다. 여기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드라마 의 ‘흙수저’ 윤현우, 그의 엄마가 국밥을 팔던 ‘삼거리식당’은 실제 이 마을에 있는 밥집이다.백사마을에는 현재 주민이 거의 없다. 재개발 인허가가 최종 문턱을 넘을 듯해 보였던 2~3년 전부터 떠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지금은 거의 ‘유령 마을’에 가깝다. 무슨 포부였는지 건축가 10명이 싹 밀고 다시 짓는 ‘K재개발’ 대신 새로운 재개발을 시도해보려다가 크게 좌절했다. 백사마을도 곧 ‘K아파트’가 될 운명을 기다린다.
백사마을 사람들만 유독 이럴 리가 없다. 오래된 동네 어디를 가든 화초를 정성스레 가꾼 장소를 꼭 만난다. 여기서 ‘오래된’은 되게 중요하다. 웬만한 시간으로는 짙은 녹음이 나오지 않는다. 예사롭지 않은 푸르름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주로 백사마을 같은 오래된 동네다. 그런 곳에는 으레 자신만의 정원, 농장을 꾸며온 사람들이 있다. ‘식집사’는 사실 새롭지 않은 말이다. 그리고 ③. 식물의 녹색은 확실히 콘크리트의 회색보다 도시 미관에 더 크게 기여한다. 골목과 거리를 향한 개인의 가드닝은 결국 난 이 공용 공간에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신호다. ‘선한 영향력’이란 표현은 그래서 아주 적합하다. 기후변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식물을 키우면 우리의 관심이 확장된다. 집에서 동네로, 도시로, 나아가서 지구로. 마트에서 산 페트통에 담긴 채소가 어디서 왔는지 새삼 궁금해하거나, 잎사귀 하나하나가 흡수하는 탄소의 중립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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