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20년] ②'법정연금 걸맞게 퇴직연금 운용도 공적 성격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사용자에게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법정 연금이다. 사실상 국민연금과 비슷한 '준(準...

서한기 기자=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사용자에게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는 법정 연금이다. 사실상 국민연금과 비슷한 '준 공적연금'이다. 퇴직연금이 발전한 서구 국가 대부분이 산업별 노동조합과 산업별 고용주 단체가 단체협약에 근거해서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등 의외로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 것과 차이가 있다.이처럼 정부는 노동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무조건 퇴직연금에 가입하도록 강제해놓았다. 이에 반해 가입자 각자에게 투자책임을 맡기는 등 관리 운용 측면에서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실제로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운 46.4%가 퇴직금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운용해 연금으로 받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이상 월급쟁이들, 국민연금에 필적하거나 더 많이 퇴직연금 보험료 내는데…게다가 국민연금에는 소득 상한이 있다.

류효림 기자=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IRP 프로젝트 추진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2023.9.20 [email protected]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이 있다. 회사에 따라 둘 중 하나를 택하거나 둘을 혼합한다.DB형은 회사가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을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운용책임을 회사가 지기에 운용실적에 따라 회사의 퇴직급여 지급 부담금이 달라진다.DC형은 개인이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하며, 회사는 해마다 노동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연간 임금의 1/12 이상을 부담금으로 넣어주기만 한다. 각 개인이 투자상품을 정하는 만큼 운용실적에 따라 같은 급여를 받는 노동자라도 최종 퇴직연금 금액은 달라진다.반면 DB형은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고 법정 사유에 한정해 담보대출만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정보의 홍수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기 마련이다. 위험성과 변동성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을 위험 때문에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골라서 장기간 방치해놓기 일쑤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이처럼 전문가로 구성된 중개 조직이 가입자를 대신해서 적립금 관리·운용을 대리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를 상대하는 것을 '기금형'이라고 하고, 중개 조직을 거치지 않고 가입자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를 상대해서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계약형'이라고 한다.근로자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국가치고 기금형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국민연금공단 내부에 국민연금과 별도로 퇴직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설치해서 집합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게 함으로써 가입자의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과정에서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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