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한국]④돌봄 돌려막기-어머니도, 아내도 아닌 ‘난,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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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한국]④돌봄 돌려막기-어머니도, 아내도 아닌 ‘난,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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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오후 3시, 인천공항 국제선 카운터. 몽골행 항공권이 든 초록색 여권과 캐리어 가방 손잡이를 쥔 몽골계 한국인 마야씨(35·가명)의 얼굴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마야씨가 지난 1월28일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로 향하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서 자란 마야씨는 스무 살에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고, 귀화했다. 마야씨는 ‘못다 배운 몽골어’를 배우기 위해 다시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대학으로 ‘유학’을 간다. 한수빈 기자그사이 몽골 동생들 가사노동 배가지난 1월28일 오후 3시, 인천공항 국제선 카운터. 몽골행 항공권이 든 초록색 여권과 캐리어 가방 손잡이를 쥔 몽골계 한국인 마야씨의 얼굴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위탁수하물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방에서 꺼내든 것은 손때가 탄 몽골어 교재와 영어 교재. 울란바토르 국제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참이다. 수하물로 부칠 수 없는 케이크 상자는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임신 6개월째인 조카가 부탁한 한국의 생크림 케이크다.

경향신문은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이주여성 14명을 만나 한국에서의 삶을 들었다. 왜 이들은 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누군가를 돌봐야만 할까. 한국은 왜 이주여성들을 ‘돌봄’과 ‘결혼’으로만 정의하려는 것일까.마야씨는 시댁에서 해마다 여섯 번 제사상을 차렸다. 시어머니는 ‘그나마 열두 번 하던 걸 반으로 줄였다’며 감내하라고 했다. 정작 마야씨에게 친엄마나 다름없던 큰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시어머니가 돈이 없다며 몽골에 못 가게 했어요. 결혼할 땐 2년에 한 번씩 가게 해준다고 했는데, 그건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때 한 번이라도 보내줬더라면….” 이 일은 마야씨가 이혼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이혼 후 7년 만에 간 울란바토르의 집은 마야씨가 떠나기 전과 많이 달라졌다. “ ‘언니, 언니’ 하며 따르던 동생들이 이젠 서먹해졌어요.” 한창 말을 배울 때인 세 살배기 조카는 아직도 ‘엄마’라는 말을 할 줄 모른다. 집안의 ‘여자 어른’이 모두 집을 비우니 ‘엄마’란 말을 들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13년차 ‘베테랑 간병인’인 중국동포 태순음씨는 지난해 5월 다리 수술을 한 남편을 간병하느라 5개월간 일을 쉬었다. 그는 경기 안양시의 오래된 원룸 빌라에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지난 1월10일 오후 찾은 태씨의 집 곳곳에는 큰 글씨 메모들이 붙어 있었다. 부엌 찬장에는 ‘콩기름’, 감자 포대 위에는 ‘감자’, 현관문에는 ‘수도·가스 잠그기’…. 지난해 10월 일터에 복귀한 태씨가 집에 혼자 있는 남편을 위해 써둔 메모들이다.

“이제는 사람 손등 쳐다보는 게 버릇이 됐어요. 혈관 찾아보려고.” 중국동포 돌봄노동자인 김선숙씨는 옌볜에서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다가 어머니 간병을 위해 정년보다 이른 51세에 퇴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한국에 와서 다른 일을 하자니 F-4 비자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김씨는 2018년 환자 기저귀를 교체하다 발길질을 당해 오른손이 골절됐다. “일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냥 깁스한 채로 간병일을 계속했어요. 저 같은 일대일 간병은 환자가 간병인이 바뀌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선숙씨는 “일부 간병인들이 환자를 학대하거나 질타받을 행동을 하면, 곧바로 ‘조선족 짱깨들 중국 가버려라’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족들이 떠나면 요양병원이 운영될 수 없다”고 했다.

하씨는 2010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지 않은 채 아들을 낳았다. 중국도, 한국도 아이를 ‘국민’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한국은 혼인관계가 아닌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어머니의 국적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비혼모의 출산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씨의 아이가 국적을 가질 수 없었던 이유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나고 자란 응우옌 티엔 한씨는 비전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렌즈 연마 기술자’가 됐다. 충북 음성군 터미널에서 차로 2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생극면. 밭과 숲을 끼고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한씨의 일터이자 거처인 광학용품 공장이 나온다. 공장에 바투 붙은 기숙사까지 스무 걸음 남짓이 그의 ‘퇴근길’이다. “내시경에 들어가는 렌즈를 만들려면, ‘연마 사라’에 유리를 넣고 양쪽을 다 연마해야 해요. 요동·회전을 시키면서….” 전문 용어와 은어를 섞어가며 공정을 설명하는 한씨의 손허리는 아세톤과 연마제에 오래 노출된 탓에 빨갛게 벗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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