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임시제방' 행복청…사과는 없다 SBS뉴스
SBS는 국무조정실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힌 임시제방 부실 의혹을 사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보도했다."멀쩡한 제방을 허물어 불안했다"는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한 사고 이튿날 보도를 시작으로, 하천 설계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점과 시공계획서 입수를 통한 부실시공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한 발 더 들어가 정부도 진작 미호강 홍수를 우려했지만 하천 정비는 도로공사에 밀려 미뤘다는 사실을 전했고, 미호천교 양옆 가설도로 설치 과정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제방 자체가 위법했고 시공 과정에선 발주청과 허가관청 사이 엇박자까지 빚어졌음도 밝혔다. 7월 16일[단독] 임시 제방 제대로 설계됐나…하천 설계기준 보니[단독] 피해 키운 '가설 도로'…위험 경고에도 철거 지연이런 내용들은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대부분 확인됐고 일부는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추가로 밝혀질 전망이다.
임시제방 부실 의혹 첫 보도 이후 행복청은 17일 이란 제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인명 피해가 난 공사의 발주기관으로서 자세한 설명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관명과 제목 등 양식화한 부분을 빼면 단 '267자'가 설명의 전부였다."기존 제방을 그대로 두고 미호천교를 건설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방 철거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행간에선 '너희가 토목공사를 아느냐'는 오만함도 느껴졌다.이후 행복청은 귀를 막고 입을 닫았다. 의혹은 넘쳐나는데 설명을 중단했다. 대변인실 등 언론 관련 부서는 물론 공사 발주 담당 부서까지 불통 상태가 이어졌다. 아무리 임시제방이라 하더라도 하천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적어도 높이는 맞출 수 있는 것 아닌지, 발주청의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무망한 일이었다.
대신, 행복청은 다음 날 또 한 번의 보도 해명자료 한 장을 배포했다. 이란 제목의 문서는 '231자' 분량으로"공사의 전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행위도 한 사실이 없다…사실과 다른 보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추후 허위보도가 계속될 경우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가 씌어 있었다. 이를 본 한 건설사 관계자는"사고 난 현장 발주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 본다. 인명피해에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사고 나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건설사 입장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분명 상궤는 벗어난 반응이다.
눈살을 더 찌푸리게 만든 건 그 이튿날 배포된 특정 매체 기사에 대한 '보도 설명자료'다. 행여 기자들이 놓칠까 우려했는지 문서파일 제목 앞엔 별 표기까지 붙였다. 전날 한 매체가 참사 한 달 전 정치인 출신 이상래 행복청장이 미호천교 공사 현장을 방문한 점을 들어 방문 당시 살폈어야 하는 점은 없던 건지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행복청은 해당 보도가 자신들의 해명 이후 인터넷판에서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며 전후를 비교해 주고"악의적인 보도"라고 깎아내렸다. 아마 기관장을 들먹인 기사라 그토록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언급한 모든 해명·설명자료는 정작 행복청 홈페이지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행복청 보도자료/설명·해명자료 페이지에 해당 자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기자들에게만 배포해 그들이 그저 이 사고에서 행복청의 잘못은 없던 거라고 믿고 취재행위를 멈추기 바란 거라고 생각하면 과한 것인가?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어야 할 공무원들이 이런 기관장 '심기 경호' 성격의 자료나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국무조정실은 이번 사고에 지휘 책임이 있는 기관장들에 대해 인사 조치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상래 행복청장도 피해 갈 순 없을 것이다. 지휘 책임이란 게 원래 무거운 것이지만, 어이없는 참사 앞에 엉뚱한 해명이나 잇따라 내놓은 책임도 결국 기관장 몫이다. 잘못 없다는 해명자료만 내놓던 행복청은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가 나온 지금도 그 흔한 '사과의 변'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또'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인사청문회의 '굴욕''대통령실의 자체 검증이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의 인사 검증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건 사회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일' 인사청문회 청문회 패싱 임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의료계도 주호민 작심 비판 '특수아동 미래 악영향''앞으로 주호민의 아들을 담당할 모든 교사들은 항상 주호민의 아들이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 주호민 특수아동 아동학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우당탕탕 귤엔터]올레길 개농장의 충격…거대한 ‘쓰레기죽’ 앞에서 개들은 꼬리를 흔들었다개들이 한 칸에 여러 마리씩 비좁게 갇혀 있었다. 식용 개농장을 눈앞에서 본 것도 충격이었고, 개 수백 마리가 짖는 소리도 놀라웠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실은 수레가 다가오자 개들은 그마저도 식사라고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취재파일] 결혼자금 3억을 지원받는 신혼부부는 몇 명일까정부가 내년부터 '결혼자금'에 한해서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부모가 자녀한테 재산을 증여할 때, 5천만 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충북도·청주시 '해묵은 반목'이 오송 사고 부실대응 불렀나 | 연합뉴스(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직전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이 공동 대처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