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헌법이 오랜 유교 이념과 관습에 젖어온 우리 국민의 생활을 제대로 규율하거나, 국가운영의 전범이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구조를 충실히 실행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구조, 국가기관과 정부조직의 구성과 역할, 우리 사회의 보상유인 체계가 지금의 환경에서 최적·최선인가? 그것이 우리가 여기서 더 발전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안착하게 하고 한반도 미래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제도인가? 국가 최고엘리트들을 행정과 정치에 끌어들일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7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웬 국가건설이냐고 묻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건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해방은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왔다.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신생국이 출범할 때 당시 국민이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설계의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 미군정하 정치적 혼돈과 무질서 속에 제헌국회 선거가 치러졌고, 국가체제와 조직, 헌법이 만들어졌다. 서구의, 특히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모방하다시피 해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토의 기간을 거쳐 제헌헌법이 제정되었다. 그런 헌법이 오랜 유교 이념과 관습에 젖어온 우리 국민의 생활을 제대로 규율하거나, 국가운영의 전범이 되기 어려웠다. 제헌헌법은 40년도 안 되어 무려 아홉 번의 개헌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명목상 보상유인 체계와 실질적 보상유인 체계가 달랐다. 그사이에는 부패와 유착과 특권이 있었고, ‘윤활유’라고 표현했던 금일봉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둘이 거의 같아졌다. 세상이 많이 투명해진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보상유인 체계도 그렇다. 권력구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국회권력과 지금의 국회권력은 헌법상 크게 바뀐 것이 없으나 실질적으로 행사되는 권력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통령의 당 지배, 정치자금 제공, 권력기관을 동원한 의원들의 회유·협박이 없어지면서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권력이 오롯이 살아난 것이다. 국회 다수당이 이제 행정부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배 정당화하는 ‘월간조선의 건국절 주장’[왜냐면] 유민 | 광복회 대외협력국장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되었나’라는 월간조선 편집장의 글은 건국 시점을 독자에게 묻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중앙시평] 탈진실 시대를 사는 법탈진실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주장이나 정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각자 의미를 두는 정체성에 따라 시민들이 쪼개지면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탈진실 현상과 각자가 의미를 두는 하나의 정체성 속에 몰입하는 현상은 서로에게 동력을 주면서 강력해진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중앙시평] 경쟁에서 협력으로우리 교육은 자기 계발이 목표가 아니라 남보다 앞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았던 인류사의 99%를 차지하는 긴 기간에도 협력은 생존과 식량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후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상호 협력은 인류 사회의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고,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중앙시평] 정전 70주년에 외교를 생각한다한국이 미·중, 미·러 사이에서 명료하게 동맹 편에 서기 시작한 셈인데, 최고조의 북핵 위협과 진영 대립의 흐름을 고려할 때 필요한 정책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북방외교 때의 기회비용으로부터 교훈을 찾는다면, 신냉전 시기의 한국외교는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비핵화 평화정착 통일을 지향할 수 있도록 북·중·러를 향한 원모심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비확산과 평화 안정을 저해하는 북핵 문제를 미·중, 미·러 대립에서 떼어내 미·중·러가 협력할 공동의 이해 사안이 되도록 만드는 데 한국이 나서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국립대 의대 정시 입학생 80%가 ‘N수생’최근 3년간 1121명 중 911명이 재수 이상 신입생 29명 중 28명이 ‘N수생’인 의대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태원 참사 1년,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해졌나 [사설]오는 29일이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년을 맞는다. 당시 사고는 좁은 길목에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당국이 질서를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였다. 국내에 유례없는 압사 사고라는 점에서 유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느끼는 트라우마는 실로 엄청났다. 참사 두 달여 만에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올여름 홍수 인명 피해로 사회 전반의 안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