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가까워지자 동료들로부터 이번 명절에는 무슨 음식을 준비해오면 되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배달 음식을 시키면 되니 서로 부담 없이 가...
설이면 벼를 찧어달라 연통 넣고 만두 빚고 차례 음식 준비하던 엄마…그땐 이해가 안 됐지만명절이 가까워지자 동료들로부터 이번 명절에는 무슨 음식을 준비해오면 되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배달 음식을 시키면 되니 서로 부담 없이 가볍게 만나 한 끼 먹고 수다나 실컷 떨자 말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있는 곳이 중심이 되어 명절이면 으레 모이기 시작했다. 말로는 싫다 귀찮다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명절 준비를 하고 있다. 창고에서 곰솥을 꺼내 놓고 시장을 봐 냉장고를 채운다. 이런 내 행동에 실없이 웃음이 났다.
설날을 사흘 남기고 엄마가 만두소를 버무리며 연신 나를 불러 댔다. 나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그 소리를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분명 축사에 나가 보라는 심부름을 시킬 것이 뻔했다. 새끼 밴 암소가 곧 몸을 풀 예정이었다. 소는 초산이었고 출산 경험 없는 소는 세밀히 살펴줘야 했다. 여차하면 사람이 출산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물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고 건초를 깔아 주는 것밖에 없었다. 차례 음식을 하던 엄마가 걱정이 됐는지 앞치마 차림으로 축사를 들여다봤다. 마침 소가 자리를 잡고 눕더니 힘을 주기 시작했다. 소가 해산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여러 차례 본 적 있어 신기하거나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엄마도 일하던 것을 정리하고 축사로 나와 소를 지켜봤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양수가 터지지도 분비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되레 산통이 멈췄는지 쳐들었던 꼬리를 내리고 건초를 우물우물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속았다며 각자 멈췄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꽁꽁 언 몸을 녹이고 다시 축사로 나가는데 입술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회색 하늘에서 나풀나풀 흰 눈이 쏟아졌다. 어미 소가 다시 해산을 시작했다. 작은 발굽과 관절이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엄마는 새 면장갑을 들고 전전긍긍했다. 평소라면 어미 소를 도와 송아지를 꺼낼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드는 중이었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읽고 목장갑을 낚아채서 손에 꼈다. 엄마는 말리는 척하더니 자기가 신호를 보내면 힘껏 다리를 잡아당기라고 지시했다. 나는 양수로 젖은 미끄러운 두 다리를 힘껏 잡고 준비했다. 어미 소가 힘을 주자 엄마가 내게 당기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번 세 번 엄마의 신호에 맞춰 온 힘을 다해 두 다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송아지가 쑥 딸려 나왔다. 양수에 젖은 송아지는 볼품없었다. 엄마가 소독한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나는 수건으로 송아지를 닦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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