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저녁노을, 붉은 기억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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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저녁노을, 붉은 기억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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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향 서해안의 짙은 저녁노을을 통해 떠오르는 잊혀진 기억들을 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는 노을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모두 담아 깊은 그리움을 자아낸다. 작가는 노을의 붉은색이 삶의 기억을 담는 색이라고 이야기하며, 파장이 다른 무지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억들을 품고 있다.

내 고향은 충남 서해안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20여 년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30여 년 떠돌이 생활하다가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6년 넘게 살고 있다. 30여 년 전 사람들은 늙고 죽었지만, 산과 하늘은 그대로다. 특히 짙은 저녁노을은 여전히 나의 머나먼 기억을 끄집어냈다. 지구에서 저녁노을이 가장 짙게 물드는 곳이 내 고향이다. 해가 기울면 햇빛이 아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가로질러 오면서 사라질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붉은색 만 남기 때문이다. 특히 늦가을이나 겨울 저녁노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짙다. 흰색과 검은색은 관념의 색이며, 붉은색 은 실존의 색이다. 당연히 기억은 붉은색 에 잘 스며든다. 짙은 노을에 물든 텅 빈 들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랫동안 심연에 잠자던 기억들도 쭈뼛거리며 깨어나는 이유다. 이런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노을만 보면 이따금 엄마의 뱃속 기억까지 생각나는 듯했다.

하지만, 노을 속에서 밀려온 기억의 대부분은 기쁨보다 슬픔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할머니의 죽음, 친구와의 헤어짐,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멀리 떠난 외삼촌의 기억처럼 말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할머니는 오래되어 닳아빠진 돌들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던지셨는데, 이제 노을빛은 탑 꼭대기만을 비추고 있었고, 이 빛이 비추는 지대 안 돌들은 갑자기 빛을 받아 부드러워지면서, 마치 한 옥타브 높은 '두성'으로 이어지는 노래처럼 단숨에 아득히 높고 먼 곳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중에서 '……서산마루를 가득 채우며 노을은 붉게 번졌고, 수백 마리의 갈가마귀떼가 어지럽게 원을 그리며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대장간의 불에 달군 시우쇠처럼 붉게 피어난 노을을 보자 엄마를 만나 가슴 뛰던 기쁨도 어느덧 사그라지고, 나는 그만 노을에 몸을 던져 한줌 재로 사위어 버리고 싶을 만큼 못견디게 울적했다. 죽고 싶었다. 죽음이 두렵기는커녕 죽는 순간이 지극히 평안할 것만 같았다. 나는 타박타박 걸으며 혼잣말로 외쳐 보았다.' - 김원일 중에서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노을을 보면 깊은 그리움에 빠져들었다. 그리움이 너무 깊어 슬픔이 되기도 절망이 되기도 하면서. 슬픔과 절망의 노을에 나를 비롯한 작가들은 왜 그리 심취했을까. 머나먼 여정에서 살아남은 노을 햇빛에는 다양한 파장이 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도 파장이다. 이러한 파장 중에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을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위 그림에서처럼 인간이 볼 수 있는 파장은 극히 일부분이다. 코끼리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는 장님처럼, 인간은 우주 만물의 대부분을 보지 못한다. 진리가 어쩌고저쩌고하는 인간을 한 번쯤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사실을 아우르는 진리는 인간이 볼 수 없다. 가시광선을 펼쳐놓은 게 무지개다. 무지개 색깔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로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오방색이라고 다섯 색깔로 보았다. 영미권에서는 남색을 제외한 여섯 가지 색을 쓴다. 하지만,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깔도, 여섯 가지 색깔도, 다섯 색깔도 아니다. 빨간색에서 점차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경계가 없다. 그러니까 수많은 색이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통 사람이라면 100가지 이상의 색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색을 품고 있는 가시광선은 대기를 통과하면서 산란을 일으킨다. 맑은 날 하늘이 파란 이유는 파장이 비교적 짧은 파란빛이 산란하여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무지개의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빨간색이 파장이 가장 길고 점차 짧아져 보라색이 가장 짧다.) 노을은 주로 아침과 저녁에 발생한다. 태양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가장 길기 때문이다. 파장이 짧은 보라색과 초록색 계열은 긴 거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모두 산란하여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빨간색 파장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태양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길이가 길면 길수록 노을은 더 붉다. 위험표시는 대부분 붉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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